<열린마당>전시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한국전자산업진흥회 최영훈국제부장

정부는 최근들어 컨벤션 산업을 21세기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지원과 실천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주변국까지도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각종 컨벤션과 카지노, 관광 산업이 잘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빗이 열리고 있는 독일의 하노버의 경우 1년 전에 호텔을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잡기 어려워 전시 주변도시나 심지어 취리히에 숙소를 정해 놓고 전시회에 참가하는 바이어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전시회들은 시내 각 호텔과 전시장을 연결하는 10여개의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며 전시장을 찾는 외국 바이어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근 도시들이 컨벤션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컨벤션 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분야다.

컨벤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우선 전시품을 보여줄 공간이 국제 수준의 규모와 시설이 되어야 하고 콘텐츠인 전시품이 질적·양적으로 충실해야 하며 세 번째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전시장 임대기관·전시 주최기관·전시 참가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고객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콘텐츠와 인적 자원의 수준 향상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나 우리 나라 산업 경쟁력과 교육 수준과도 관련이 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 현실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세계 수준의 전시장을 빨리 갖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에 국제전시장이 오는 8월 착공된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규모나 완공시기 등은 잘 모르겠으나 차질 없이 완성되기를 바라며 차제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세계 수준이라 하여 고가의 화려한 건물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시 주최자와 해외 바이어, 국내외 내방객들이 편안하게 전시물을 장치·관람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과 주변 환경만 구비하면 된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전시회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릴 수밖에 없다. 코엑스는 개관 이래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나라 전시문화 향상에 기여한 바 크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최근 임차료 인상을 둘러싸고 코엑스와 주요 전시 주최자들 간에 벌어진 갈등에서 보듯이 우리 나라 대표적 전시장인 코엑스 전시장은 시설·운영·대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선진국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의 전시장보다 미흡한 편이다.

시설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보다 저렴한 임대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인상하기 보다는 제반 전시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를 통해 임대료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새 천년 우리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과 아울러 전시장 임대기관, 주최자, 참가업체들이 동반자라는 인식하에 상호이해와 협력정신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