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통신 IMT2000 시리즈>12회-SK텔레콤 사업 전략

SK텔레콤(대표 조정남 http://www.sktelecom.com)은 IMT2000 서비스를 「현재 이동전화에서 다소 진보한 서비스」라는 소극적인 개념으로 정의한다. 현재의 이동전화 사업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IMT2000에 관해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온 SK텔레콤의 이러한 입장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다소 진보된 서비스」 「별다를 게 없는 서비스」로 규정할 경우 IMT2000 서비스가 기존 이동전화 사업과 동일한 영역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규 시장 진입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도 정부로부터 주파수만 배정받으면 진입이 가능하다.

「다소 진보한 서비스」 「이동전화 사업과 별다를 게 없는 서비스」라고 주장하면서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집념을 태우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이 IMT2000 서비스 추진전략 중 가장 핵심은 「반거품론」의 확산이다. 거품을 제거하고 IMT2000의 본질을 볼 경우 현재의 이동전화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 선정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SK텔레콤이 주장하는 「반거품론」의 출발은 지난 96년 개인휴대통신시스템(PCS) 사업자 선정 때부터 시작된다. SK텔레콤은 당시 PCS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차세대 꿈의 통신망」으로 포장되면서 마치 기존 이동전화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처럼 비춰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존 이동전화와 별다른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러한 거품현상이 IMT2000부문에서도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27일 일본 NTT 도코모와의 IMT2000 시험통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자리에서 SK텔레콤 조정남 사장은 『IMT2000 서비스 거품현상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바로 「반거품론」이 SK텔레콤의 IMT2000 사업권 확보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을 묻기 전에 사업 내용이 선정받을 만큼 차별적인가를 묻는 것이 이들의 전술이다.

SK텔레콤은 신규 사업으로 IMT2000 서비스를 묶는 것을 「매우 불순한 의도」로 이해한다. 이 때문에 정부, 유선통신 사업자, 장비제조업자 등의 「신규 서비스설」 「차세대 꿈의 이동통신」은 이들의 공격대상이 된다.

이들은 「거품현상」 증거로 지난 96년 미국이 PCS 주파수 경매시 자국 PCS 주파수 대역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설정한 IMT2000 주파수 대역과 중첩시킨 것을 예로 든다.

이 때문에 IMT2000을 위한 전세계 공통의 주파수 대역 확보가 사실상 무너졌고 국제 단일 표준화도 미국 장비업체들의 압력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IMT2000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범세계적인 이동통신망 구현은 지난 96년부터 이미 실패했다고 강조한다.

또 사업을 담당할 서비스 사업자 중심의 경제성 분석보다는 장비개발업체의 기술적 낙관론이 주도하는 서비스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성토한다.

일례로 현재 IMT2000 기술 규격상 사용자가 2Mbps급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기지국당 동시 통화자가 3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2Mbps급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IMT2000이 이동통신의 종착지가 아니라 기술발전상의 한 단계임을 강조한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수년 이내에 제4세대 이동통신망이 출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SK텔레콤의 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한 행보는 빠른 편이다.

지난 1월 SK텔레콤은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NTT 도코모와 시험통화에 성공하면서 이동 환경에서 국가간 IMT2000 시험통화를 시연한 최초의 업체가 됐다.

SK텔레콤 측은 지난 94년부터 IMT2000 기술개발에 들어가 지난 96년 모뎀 ASIC칩 개발, 97년 128Kbps급, 98년 384Kbps급 IMT2000 테스트베드 개발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토대로 99년 11월 IMT2000 국제표준 규격에 SK텔레콤 기술을 채택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SK텔레콤은 99년 1월 핀란드의 노키아사와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제 통신장비회사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중소벤처업계들과의 공동 개발도 활발한 편이다. SK텔레콤은 IMT2000 상용 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 49개 중소·벤처 기업들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들 협력업체들에 총 1233억원의 개발비용을 투자해 실제 상용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금년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서비스 예정인 IS2000(IS95C)을 통해 IMT2000 서비스 내용을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특히, IS2000 서비스는 ITU에 의해 IMT2000의 정식버전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SK텔레콤 측은 자사의 IS2000 서비스가 세계적인 IMT2000 서비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넷츠고를 자체 사업부 형태로 갖고 있어 향후 IMT2000 상품기획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또 SK㈜와 SK상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인터넷 사업에 국내외 수십개의 콘텐츠 업체 및 솔루션 업체가 연계돼 있다는 것도 매우 유리한 조건 중 하나다. 향후 IMT2000 추진시 넷츠고와 nTop의 콘텐츠 제공업체 외에도 추가적인 콘텐츠 업체를 일거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 밖에 지난해부터 케이블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시장 진출은 물론 이동통신망을 위한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SK텔레콤의 치밀한 계획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지난 95년부터 2300㎞에 이르는 초고속 광통신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했고 국제 및 시외 부문에서의 회선임대 사업권까지 확보해 IMT2000 상용화시 예상되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비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제회선 재판매 및 인터넷폰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 향후 IMT2000 상용화시 IMT2000 통합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K텔레콤의 장점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설비투자 비용과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탄탄한 재무구조가 갖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