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1세기 지식기반형 국가과학기술정보인프라 구축 시급하다

20세기가 인류에게 불을 훔쳐다준 「프로메테우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대지의 여신으로 상징되는 「가이아의 시대」다.

이 시대는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이른바 나인 투 파이브(9 to 5)의 관리된 시간개념이 무너지고 자기가 일하는 시간을 정해 워크타임을 할당하는 시간개념이 보편화된다. 돈도 가시적으로 쌓이고 집적되던 뱅킹머니에서 온라인망을 타고 휘몰아다니는 일렉트로닉 플로잉 머니 성격으로 바뀌고, 논리와 형식을 중시하던 지식에 대한 개념도 감성과 내용을 중시하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가 및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들어 선진 각국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국내 기업 및 연구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은 조직으로 변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속도전 시대다.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는 것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모든 기업이 결재라인을 줄이고 팀제를 도입하는 것도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국가 과학기술 정보유통체제의 통합문제를 놓고 혼선을 빚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와 산업기술정보원(KINITI)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산업정보유통을 담당해온 핵심기관으로 양 기관의 통합은 새로운 세기를 향한 국가의 과학기술정보화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KORDIC-KINITI의 통합은 단순한 구조조정 차원의 출연(연)간 기능통합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양 기관의 통합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 건설을 위한 국가과학기술 비전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뇌과학·유전학·신물질·에너지·환경분야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고성능 지식인프라에 기반을 둔 강력한 과학기술도구가 제공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연내 통합으로 가닥을 잡은 「(가칭)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는 자료를 탐색하거나 서비스하는 수준에서 탈피하여, 심층화된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지식인프라 구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분산·분권화된 정보를 통합·제공하는 등 과학기술체제 변화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초기부터 벤치마킹해왔던 일본의 신기술사업단(JST : Japan Science and Technology Corporation)의 경우 정보유통사업이 주업무였으나 연구망과 슈퍼컴 기능을 도입, 과학기술정보유통과 연계 활용함으로써 40여년 동안 유지해오던 정보유통 중심 체계에서 정보-슈퍼컴퓨팅-망중심의 지식인프라 구축체계로 방향을 선회, 국가 차원의 지식인프라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국가 차원의 지식인프라 제공기관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지식정보인프라 미비로 연구활동의 60% 정도가 누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기관끼리 정보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아 특정기관에서 좋은 연구결과물을 생산해도 사장되거나 동일한 연구에 또 다시 국가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환경 측면에서도 고성능 슈퍼컴퓨팅 파워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혁신체제의 핵심거점인 정보유통기관이 단순정보를 전송·서비스하는 기존 업무에서 탈피,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첨단 과학기술 중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이러한 지식인프라를 국가 차원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파워뿐 아니라 이를 상호 연계하는 과학기술 전용망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차제에 기존 산업정보분야를 과감히 민간에 이양함으로써 민간 정보유통체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새롭게 선보일 「(가칭)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는 분산된 정보를 통합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기술 전용망과의 시스템적인 연계체제 구축, 그리고 대용량 심층정보를 생성·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컴퓨팅파워 활용체제를 구축하는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가이아의시대」에 걸맞은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