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미래의 기술 진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기술혁신 속도가 수백 수천배로 가속되는 요즘, 10년 후를 정확히 꼬집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정보통신 미래에 대한 전망은 축적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개연성으로 가늠해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몇가지 전망은 분명해 보인다. 그중 하나가 새천년 최고의 화두인 「정보기기(IA: Information Appliance)」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IA는 한마디로 인터넷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두루 일컫는 개념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00」에서 우리는 IA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지원 세트톱박스, 인터넷 냉장고 등 머리 속에 그리던 일이 이들 정보기기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을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는 정보고속도로에서 뒤지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노동 행위, 여가 활용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 조직, 국가는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사업제휴 및 기술제휴 관계에 나선다. 심지어 경쟁회사나 국가와도 제휴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도 홀로 모든 것을 처리하면서 생존해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통적, 지리적 국경의 한계를 없애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기업의 원동력은 지식과 생산성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일어날 기술 혁신은 분명 지식접근의 기회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다. 전자상거래, 전자정치 등 자유로운 접근을 통해 개인 및 조직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그것이다. 인터넷을 교육이나 노동력 개발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더 빨리 진보할 것은 분명하다.
언제 어디서나 모빌을 이용, 데이터베이스에 자유롭게 액세스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런던, 홍콩 등 출장지 호텔에 들어섰을 때, 로비 디스플레이에 『안녕하십니까 아무개 씨.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수속하실 필요없이 바로 2001호로 가시면 됩니다』라는 환영 메시지가 뜨는 식이다. 방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평면TV가 데스크톱 PC에 있는 자료와 기타 일정들을 즉시 보여준다. TV에 직접 말을 하면 시스템은 고객과의 저녁약속 스케줄을 자동적으로 관리한다.
이런 시나리오가 그리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와같은 서비스들을 가능하게 한 모든 것은 반도체 수준에서 기초 기술로 이미 개발됐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여 시스템 차원으로 구현하는 일만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온칩(SOC)」 「특정용도주문형반도체(ASSP)」 등이 시스템 추진의 한 예다.
10년간의 전망에서 또하나 분명한 것은 소형화 추세다. 사무실의 클라이언트 터미널뿐만 아니라 훨씬 더 얇은 핸드세트가 미래 통신수단을 대체할 것이며 점점 더 많은 일이 베이스 스테이션이나 셀 단위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처리될 것이다. 엄청난 데이터 전송속도로 인해 단지 처리결과만이 침실 벽이나 냉장고 문에 걸려 있는 디스플레이에 무선으로 전송되는 것이다. 이들 역시 고성능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며 반도체의 소형화가 관건이 된다.
이런 점에서 「도트컴(Dot Com)」에 대한 투자 거품론이 이는 지금, 투자자들의 자금이 지적 재산과 디자인 역량에 있어 탄탄한 기반을 갖춘 반도체 회사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반도체 산업도 「부가가치성」에 있어서 그 어느 산업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할 기술 장벽은 항상 우리 앞에 있으나 새로운 천년은 더 밝은 세상일 것으로 낙관한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앞으로의 10년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반도체와 인터넷 기반의 경이로운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