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달러 고지를 점령해라」.
국내에 진출한 해외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연초 매출 목표를 작년대비 40∼50%로 크게 상향 조정하면서 올해 국내 매출이 1억 달러를 넘는 해외 통신장비업체가 무더기로 쏟아질 전망이다.
이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대대적인 확충, 다이얼패드 서비스로 대변되는 음성 데이터 통합 시장 형성, 이동통신의 인터넷 사용 증가에 따라 대규모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불어닥친 네트워크 장비업체간의 대규모 인수합병에 따라 통신장비업체들이 대규모화한 것도 1억 달러 매출시대를 개막한 또 다른 요인.
지난 98년 국내 매출이 1억 달러가 넘는 해외 통신장비업체로는 종합 통신장비업체인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와 국내에 이동통신단말기를 공급중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 등 2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1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여기에다 올해에는 한국노텔네트웍스, 알카텔코리아, 한국쓰리콤 등이 새롭게 1억 달러 매출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돼 총 6개 업체로 늘어날 전망이다.
△누가 뛰나=지난해 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한국쓰리콤은 올해 매출 목표를 1억3000만 달러로 늘려잡았다. 이 회사의 ADSL, 케이블모뎀 등 고속 인터넷 가입자 장비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고 원격접속서버(RAS)나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 등 기존 시장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IS-95B나 IS-95C 등 이동통신의 데이터 속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무선 RAS인 IWF의 매출도 이 회사의 효자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노텔네트웍스는 전송장비 부문의 매출을 크게 늘리고 초고속정보통신망 관련 기간장비 매출을 확대해 올해 1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내부방침을 수립했다. 이 회사는 모 통신회사와 IMT2000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데 이 부문이 성사될 경우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카텔코리아는 작년 4개 조직으로 나눠진 국내 조직을 연초 통합하면서 올해 전체 국내 매출이 1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ADSL 사업자 장비인 광대역 RAS 장비 및 DSLAM 장비 시장에서 부각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가 올해 전송장비 및 케이블링 시스템 시장까지 새로 진출, 별 어려움없이 1억 달러 고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시각=국내 통신장비업체 가운데 이동통신단말기 부문을 제외하고 통신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자사 장비 국내 매출이 1억 달러(1200억원)를 넘는 업체는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성미전자 등 극소수 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 인프라 확충에 따른 실제적인 수혜가 해외업체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하나로통신이 올해 발주할 ADSL 장비 전량을 알카텔·한국루슨트·한국쓰리콤·엑시피디 등 해외 업체들이 공급중이며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등이 인터넷 속도 개선을 위해 올해 총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형 라우터제품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90% 이상을 공급할 전망이다. 게다가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되는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 장비도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전량 해외업체가 이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보통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통신 서비스 산업과 장비 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장비 분야는 해외 선진업체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나 서비스 업체의 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