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대한민국 국민의 가치관과 정서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한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식시장을 뒤흔든 코스닥 열풍은 핵폭탄보다도 더 큰 위력으로 20세기의 산업구조 자체를 뒤흔들며, 새로운 부의 축적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기업 사장 재산이 몇천억원이라더라, 모 회사 직원들은 적게는 몇억에서 많게는 몇십억원까지 벌었다더라, 누구는 모 회사 주식을 통해 얼마를 벌었다더라』하는 소문이 나자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결국 도산했었던 벤처기업이나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과거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았던 주식가치보다 몇 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 일거에 위기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때맞춰 등장한 스타 벤처기업은 가히 전국민을 경악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스타벤처의 주가는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상승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간에 그 업체를 화젯거리로 삼았으니까.
실로 실업대란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행된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스타벤처의 탄생은 전국민을 희망차게 했고, IMF의 고통을 다소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벤처는 말 그대로 「Venture」 그 자체다. 그래서 벤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위대한 창조성 및 헝그리정신으로 압축되는 기본적인 정서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벤처는 이와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이용, 구체화된 상품을 개발, 상업화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최근 스타벤처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으며, 개중에는 한탕주의를 꿈꾸는 이들도 섞여 있다. 이들이 보는 것은 성공한 스타벤처의 찬란함 그 자체인 것 같다. 하지만 실상 벤처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탁월한 기술력이다. 특정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기술이야말로 벤처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기술」이란, 꼭 SW나 HW 개발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 외에도 구매기술, 생산 기술, 품질관리 기술, 영업 기술, 마케팅 기술, AS 기술, 직원관리 기술, 수요예측 기술, 재고관리 기술, 자금관리 기술 등 실로 다방면에 걸쳐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이 없는 회사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특히 기술은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문제는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기업들의 경우에도 기술축적이 제대로 된 것 같아 보이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수준 높은 기술개발에 전념한다기보다는 주가관리를 의식한 마케팅 이벤트에 주력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기술이 없는 회사의 경우는 매출실적이나 영업실적을 과장하거나 마케팅 이벤트에 의존해 잘 알려지거나 기술이 있는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남발, 혹은 불확실한 미래만 얘기하며 단지 모양 좋게 포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벤처기업으로서 조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21세기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