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영자와 인터넷맹

「이번주 일요일 10시 우이동에서 모여 북한산 등산이나 합시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모 대기업 회장이 최근 계열사 임원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이다. 이날 약속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15명으로 회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30명의 경영진 중 50%가 불참했으며 이들은 E메일을 열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아직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일하는 것이고 PC 앞에 앉아 있으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

미국 기업에 비해 일본의 대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의식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일본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는 이같이 비판했다.

21세기를 갓 넘긴 요즈음 기업들의 상당수는 혼돈의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 인터넷이 이제 보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미치는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감지하기는커녕 아직도 고전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기업 경영자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우리는 물론이고 닛케이비즈니스가 지적했듯이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에서도 아직 경영진의 문화가 인터넷에 적응하지 못하는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잡지는 정보사회의 도래는 인터넷기업만이 아니라 종래 산업까지 파고들어 업계를 재편시킬 것이라며 기업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응하지 못하면 21세기 생존가능성은 전무하다고 강조하면서 기업경영자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제 기업 경영자의 디지털화는 생존 필수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화를 상징하는 인터넷은 급격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업의 생존문화를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경영이론가인 제임스 챔피 미국 페로시스템스 회장은 『오늘날 상당수의 기업들은 디지털화가 함축하고 있는 경제적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으며 또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칼스턴 회장은 『신생 벤처기업이 하루아침에 급부상하는 반면에 수십년 동안 착실히 기반을 다져온 전통적인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말로 경영자 의식의 디지털화를 촉구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디지털화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인터넷 마인드가 확보돼 있어야만 디지털화의 출발선상에 서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경영자가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시장 및 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인터넷이 컴퓨터·통신과 결합하면서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정보획득 비용을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정보획득비용은 고가였고 이로 인해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정보를 독점할 수 있었던 구조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터넷 비즈니스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면에는 정보의 독점이 부의 독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들어 신흥재벌이 탄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는 디지털화에 따라 정보획득이 보편화되고 있다지만 여기서도 정보획득의 속도에 따라 정보독점이 발생하고 이는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정보접근능력이 뛰어난 20∼30대의 신흥갑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은 어떠한가. 인터넷 경매회사, 온라인 서점회사, 온라인 금융사의 등장 덕분에 소비자들은 간단한 컴퓨터 조작만으로 시장을 이리저리 주무를 수 있게 됐다. 인터넷산업은 택배·자금결제·보안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절름발이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붐을 조성했다. 조만간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소비자들은 시장을 완벽히 주무르는 지배자로 등장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디지털은 기업경쟁에서 산업사회와 다른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이 디지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이버공간을 가치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전통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이 인터넷을 통한 원재료 구매를 50억달러까지 확대해 거래 소요기간을 대폭 감축하고 인력의 60% 가까이를 재배치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인터넷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공룡의 멸종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환경인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용할 줄 아는 기업은 생존하게 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떠맡고 있는 기업경영자들의 어깨가 어느때보다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