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노래반주기와 한민족의 여흥문화...태진미디어 황규연 이사

우리 민족은 놀이문화에 관한 한 독특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반만년동안 즐겨오던 놀이문화가 100여년동안 숨죽이듯 자다가 노래방이라는 공간에서 비로소 깨어났다. 만약 노래방문화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화라면 이미 노래방이라는 말은 사라졌을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열강들로부터 수난을 받기 전까지 우리 민족의 문화는 다같이 호흡하는 개방된 열린 문화였고 시와 풍류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던 놀이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풍광이 좋은 곳에 누각을 짓고 소리와 가락을 즐겼으며 마을의 널찍한 공터에서는 절기마다 각기 다른 놀이를 즐겼다. 우리 민족의 놀이문화는 일부만 즐기거나 폐쇄된 공간에서 행해지던 문화가 아닌 열린 문화였고 함께 하는 문화였다.

우리의 여흥문화는 근대에 들어서며 시대환경에 따라 크게 위축되는데 일제 강점기와 동족간 전쟁, 유신체제를 거치면서 민족의 놀이문화는 그 싹조차 햇빛을 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100여년을 숨죽이듯 지내야 했다. 이처럼 아픈 세월을 겪으며 억눌렸던 우리 민족의 여흥문화를 일깨운 것이 다름 아닌 노래반주기다. 90년대들어서면서부터 폭발적으로 일어난 노래방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울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요와 소리를 간직한 우리 민족이 아닌가. 힘이 들 때도 즐거울 때도 심지어 사람이 죽어 무덤에 가는 길에서도 우리 민족은 노래를 불렀다. 이러한 민족문화의 저변이 노래방문화를 일으킨 것이다.

서양의 풍습은 무대를 중심으로 공연하는 이들과 관람하는 이들이 명확히 구분되는 문화지만 우리 민족의 문화는 마당문화로서 동일한 공간에서 모두가 주연이 되는 문화다. 즐거운 자리라면 너나없이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누구나 18번이라 부르는 내 노래 한두가지 정도는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우리 민족은 듣는 음악보다 부르는 노래를 선호한다. 다같이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 그러기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은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대형화가 되든 댄스방화가 되든 시장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시장의 수요만으로 볼 때는 안정된 저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노래방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민족만의 문화라며 토픽으로 다루던 나라들이 우리 노래방처럼 똑같지는 않지만 노래반주기의 상품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바이어들의 접촉도 매우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래는 인류 공통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이고 거부감이 없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문화가 노래반주기에 실려 세계로 진출하게 됐다. 어느 나라 어떤 곡이든 노래반주기에 내장되는 곡들은 우리의 감성으로 우리의 감각으로 편곡해 다시 만들어진다. 우리의 음악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문화의 수출이 이뤄지면 다른 상품의 수출은 훨씬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비단 당사의 상품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회사의 다양한 상품들은 같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노래반주기는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10여년을 보냈고 그 세월동안 많은 경제적 효과를 파생시켰는데 대표적인 것이 멀티미디어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MP3산업, 오디오 관련 제품의 기술력 향상과 인테리어산업과 반도체산업 등 수많은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터넷 세트톱박스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국가나 민족, 피부색에 장애받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 관계없이 노래자랑과 DDR 게임, 통신 등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