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칩 제조업체간의 힘 겨루기가 팽팽하다. 인텔(http://www.intel.com)이 자사의 64비트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이태니엄 칩 채택을 둘러싸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http://www.sun.com)와 빚고 있는 갈등이 다시 폭발 일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인텔은 17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열리는 「인텔 개발자 포럼(Intel Developers Forum)」을 계기로 그 동안 자사의 칩 채택을 회피해온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대한 비난 공세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사은 오는 7월 발표될 이 차세대 칩 마케팅 활동의 본격 개시를 알리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 이태니엄 칩 아키텍처 지원기업 명단에서 선의 이름을 아예 제외시켰다. 인텔로서는 선이 「IA/64」 칩으로 알려진 자사의 64비트 칩 대신 자체의 스파크 칩을 쓰려는 게 못마땅한 눈치다. 인텔 IA/64 칩은 데이터를 64비트 묶음으로 처리하는 64비트 아키텍처를 이용한 최초의 인텔 프로세서다. 이 같은 양사의 갈등은 말다툼 수준 이상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인텔 오텔리니 부사장은 『자사가 선과의 계약조건을 존중해 첫 출하 이태니엄 칩을 채택한 솔라리스버전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IA/64 후속 버전부터는 선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선은 인텔의 플랫폼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면서 『말로는 지원한다고 해놓고 투자나 투자 약속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의 애닐 게드르 부사장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하며 그의 지적대로라면 솔라리스에 IA/64 칩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우리의 고객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선의 IA/64칩에 대한 지원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박이다.
그러나 선은 사실 그 동안 인텔이 이태니엄 칩 채택을 바랐던 가장 인기 있는 운용체계인 솔라리스 유닉스 지원의 고성능 서버를 자체 개발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무엇보다 이태니엄 칩이 기업 업무와 인터넷의 데이터와 통신을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터에 쓰여 업계표준으로 천하 통일되기를 바라고 있어 이 같은 선의 배신(?)이 표준에 구멍을 뚫는 중대한 도전이라는 입장이다.
선은 3년 전 대세에 편승해 인텔의 64비트 칩을 채택한 솔라리스(Solaris) 운용체계의 차기 버전 개발을 약속하며 「IA/64 마차」에 올라탔다. 처음 선이 IA/64 지원을 발표하자 인텔은 모든 주요 운용체계 생산기업들이 신형 칩을 채택함으로써 업계 표준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고 환호했다. 인텔은 선이 그 뒤 독자 노선을 채택, 이 같은 약속을 번복하고 그 동안 지원이 냉담한 데에 대해 불만이 쌓여온 것이다.
가트너그룹의 한 시장분석 전문가는 『이태니엄 칩의 출하가 12개월 늦어지고 선의 인텔 지지가 유명무실해지는 가운데 선의 스피크 칩 채택 서버 판매가 늘고 있어 이태니엄의 성공 여부가 더욱 불투명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선의 스파크를 채택한 솔라리스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선의 IA/64 지원계획은 시장상황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안전판으로 그렇게 한 인상이 짙다』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나 『인텔의 프로젝트에는 IBM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휴렛패커드(HP)도 HP/UX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선은 시장을 잘못 판단할 위험을 안고 있다』면서 『선이 1년 안에 IA/64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경쟁사들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 선이 안고 있는 위험이다』고 진단했다.<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