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연연 정책 이율배반

정부가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출연연에 주문한 것 중의 하나가 민간기업과 같은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출연연의 성격을 3등분하고 정부출연금을 기관성격에 따라 30∼80%까지 줄였다. 때문에 출연연은 올해들어 부족한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전 연구원들이 발벗고 나서는 등 그야말로 수탁과제 수주에 안달이 났다. 일부 출연연은 연구원들의 연구과제 수주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웃지 못할 일들마저 벌어졌다.

한마디로 「스스로 벌어먹으라」는 정부의 요구에 사활을 건 생존싸움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일부 출연연들이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나 재단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알짜배기 기술을 가진 연구원들이 나가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우수한 연구인력을 네트워크로 자회사를 설립, 안정적인 연구재원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연구원 창업기업에 투자한 창투사나 에인절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으로 몇 백억원씩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연구개발의 주역들인 출연연들로서도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출연연의 노력은 한마디로 욕심일 뿐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출연연은 민법상 공법인으로 분리되어 있고 민법은 공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을 설립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눈앞에 당장 돈뭉치가 보이는 데도 출연연은 모두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원 창업을 통해 벤처기업을 창업한 연구원이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들만 늘어난 주식자산으로 덕을 보고 있을 뿐 출연연은 쥐꼬리만한 기술 사용료에 만족해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그러니 연구소에 남아 연일 연구과제를 수주하러 뛰어야 하는 연구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앞에서는 출연연에 민간기업의 경영마인드 도입을 주문하고 뒤에서는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이 자회사를 설립해 자율적으로 안정적인 연구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당장 고쳐야 한다. 그래야 출연연도 살고 대덕연구단지도 산다.

<기술산업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