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록히드·IBM 등 일류 기업 유치

제2차 세계대전 뒤 스탠퍼드 대학으로 돌아온 프레더릭 터먼 학장은 보스턴 지역에서 느꼈던 다이내믹한 연구활동 등 그 곳의 첨단 환경과 분위기를 베이 지역에 옮겨오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동부로 떠나기 전보다 더 베이 지역의 산업 육성과 지원 등에 정열적으로 힘을 쏟게 됐다.

우선 터먼이 스탠퍼드 귀향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자산업의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환경을 단순한 학술적 연구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기존 산업과의 관계로까지 형성시키고자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베이 지역의 엔지니어들에게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1946년에는 스탠퍼드 산업단지(후 스탠퍼드 연구단지로 개칭·Stanford Research Park)와 스탠퍼드연구소(SRI 인터내셔널·후 스탠퍼드 리서치 인스티튜트로 개칭)를 설립, 응용과학 및 계약상의 연구수행 기반을 마련했다.

터먼의 이 같은 노력들은 몇 가지 중요한 성과를 낳았다. 1950년대 들어 터먼은 록히드사를 설득, 스탠퍼드 산업단지에 실험실을 설립하도록 하는 한편 미사일 및 우주 부문을 캘리포니아 남부의 버뱅크에서 새너제이와 팰러앨토 중간에 위치한 서니베일로 옮기도록 힘을 쏟았다. 록히드사는 당시 냉전체제와 이에 따른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에 따라 하이테크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한 회사였다.

SRI의 연구진들은 이에 힘입어 그 뒤 오늘날 최첨단 산업의 기초가 될 기술 발전의 진원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들은 컴퓨터 마우스를 발명하게 되고 무선 네트워킹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은 IBM사가 자사의 새로운 데이터 저장기술 개발 실험실을 이 지역에 세우기로 한 것이었다. IBM의 사사(社史)에 따르면 이 실험실은 본래 팰러알토에 세우려고 계획됐었으나 결국에는 새너제이의 알마덴 밸리에 자리잡게 됐다고 쓰여 있다. 이유는 IBM과 같은 거대 기업에도 팰러앨토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실험실에서 곧 최초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가 개발되고 그 뒤를 이어 플로피 디스크도 탄생했다.

IBM의 알마덴 실험실의 자가 노력·발전, 그리고 실험실을 거쳐간 스탠퍼드 대학 동문들의 노력은 뒤에 베이 지역이 데이터 저장기술 산업에 있어 리더 역할을 하게 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됐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으로 알마덴 연구소에서 데이터 저장 실험에 참여했던 앨 슈거트의 경우 훗날 이 회사를 떠나 슈거트어소시에이츠사를 세웠으며 그 뒤 시게이트테크놀로지스사를 창업했다.

이 같은 모든 요인들은 베이 지역을 점차 중요한 최첨단 기술 산업 지역으로 부각시키는 데는 큰 몫을 했으나 아직까지 기술 산업의 중심지는 되지 못했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최첨단 기술산업은 동부의 매사추세스 공대(MIT)와 하버드 대학에서 분사된 기업들을 거느린 보스턴 외곽, 소위 루트 128 벨트가 주도하고 있었다.<테리리기자 terry@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