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일모직식 주가관리법

12월 결산법인의 올 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있는 요즘, 제조업체들은 주총 이전에 조금이라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료 만들기에 분주하다.

주가관리에 능한 인터넷업체들은 사소한 전략적 제휴라는 것을 한 두건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쉽게 제품발표를 통해 재료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전략적 제휴 역시 제조업체에는 다소 무리다. 이미 제휴사라는 이름으로 제휴하고 있는데 따로 전략적 제휴라고 발표하는 것도 우습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업체들이 자주 활용하는 주가관리법은 인터넷사업 진출과 벤처업체 투자. 하지만 이같은 재료도 너무 많은 업체들이 써먹어 약발이 안 먹히는 경우가 흔했다.

제조업체들의 주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일모직은 다소 엉뚱한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 8일 정보전자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이 회사는 그간 섬유·패션 중심에서 정보소재로 사업을 확대, 2005년까지 정보통신소재 사업에서 1조원의 매출액과 2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를 한지 갓 1주일이 지난 18일 제일모직은 정보통신소재 제품발표회라는 이름을 빌려 정보소재분야 육성책을 다시 발표했다. 제일모직은 이번 제품발표회에서도 지난번 발표와 같이 이 분야에서 2005년까지 1조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다른 점은 지난번 발표에서는 2005년까지 2000억원의 순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반해, 이번 발표에서는 여기에 500억원을 덧붙여 2500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한다는 것.

제일모직 측은 이번 발표가 새로운 제품발표를 겸해서 한 것이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지만 업계에서는 주가관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겠는가라고 의문시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관리가 먹혀들었는지, 종합주가지수가 18.38포인트 하락한 지난 18일 제일모직의 주가는 1.4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같은 재탕 삼탕의 발표를 통한 주가관리보다는 오히려 정보전자분야의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통한 주가 끌어올리기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산업전자부·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