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향후 5년간 1조1000억원이 소요되는 디지털TV·개인용정보단말기·인터넷냉장고 등 인터넷정보가전 관련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한 이들 분야를 차세대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우리나라가 2005년 세계정보가전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 정부가 앞장서 관련기술과 그 응용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계획이 산업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발계획에 정부가 뒤늦게 개입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계획은 정부가 지난 수년동안 집중 보급해온 초고속통신망서비스를 일반 가정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직접 수단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인 목표를 「세계 3대 정보가전대국의 달성」으로 세운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고 한다. 개발 대상 분야로는 유무선 홈네트워크 및 플랫폼 등 주요 기술과 응용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상용기술이 포함돼 있다. 정통부는 이번 계획에서 주요 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통해, 상용기술은 민간기업을 통해 각각 개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이달중 가전3사·정보통신기기업체·정보통신사업자 등 기업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 단체, 그리고 ETRI 등을 참여시키는 대규모 산학연 컨소시엄 「인터넷정보가전산업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 협의회는 앞으로 산학연 공동워크숍과 공청회를 개최하여 기술개발에 대한 민간요구사항 등을 수렴하여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계획에서 정통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전체 금액 가운데 ETRI가 맡게 될 실시간 운용체계 개발 등에 소요될 1300억원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1조여원은 한국통신과 가전3사 등 산업체들이 이미 추진중이거나 예정인 프로젝트 소요계획을 합친 금액이라는 얘기다. 그 순수한 의도 여부를 떠나 이를 「인터넷정보가전대국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계획 수립」으로 묶어 발표한 정통부에 대해 왈가왈부가 쏟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계획은 또한 그동안 가전분야 등 전자산업 육성에서 주도적 입장을 견지해온 산업자원부와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통부측은 이번 계획에 오히려 산업체들이 더욱 적극성을 보였다고는 하나 자칫 산업계의 「관할권」을 놓고 부처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정통부측은 이번 계획에 대해 초고속망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시각이고 산자부는 전자산업 범위라는 시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들이 교차한다면 그 폐해는 해당 산업체와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계획의 성패가 관련 부처간 긴밀하고 원활한 협조와 산업체들의 자율적인 개발의지 그리고 여기에 부응하는 당국의 지속적인 정책개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