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인터넷업체는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과 각종 고급정보를 제공해 많은 회원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이 업체는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발생, 본격적인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 개시와 함께 대대적으로 진행하려 했던 이벤트도 중단됐고 마케팅 활동도 전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회사 직원들이 따로 나와 별도 법인을 설립하려 한다는 소문도 외부에 들리고 있다. 경영진과 실무자들은 이같은 이중고에 육체 피로는 물론 정신적인 피곤함까지 겹쳐 파김치가 되어 있다.
이같은 상황에 처한 이유는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외부업체가 이 분야에 경험이 전혀 없어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비스에 들어가야 하는 사이트를 용역업체들이 실력 테스트용 모르모트로 전락시키고 있다. 더욱 의아한 것은 이 회사 시스템 담당자가 서비스 제공에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왜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에 맡겼을까 하는 부분이다. 결국 시스템 담당자와 외주업체가 두터운 친분(?)관계라는 사실이 모든 의문을 풀어 주었다.
현재 인터넷 업계에서 새로운 업체와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관련인력의 이동이 잦은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맥을 통해 서로 일거리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소규모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벤처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해 도전하는 「초자」기업가가 많은 만큼 인터넷 업계에서 이같은 예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같은 실력을 가진 외주업체들을 놓고 저울질 할 때는 아는 사람이 있는 업체와 함께 일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인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협력업체로 선정해 서비스를 지연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경영자 역시 이를 그대로 묵인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비즈니스에서 인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정에 이끌려 또는 과거의 인연을 끊지 못해 인맥을 이용한다는 것은 업체 하나의 실패 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