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들이 세계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관련제품에 대한 규격인증권을 획득한 것은 우리가 이 분야의 기술종주국으로 위치가 격상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에서 열린 DVD포럼 최고의사결정기구회의에서 세계 각국 DVD업체에서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제품의 관련규격에 대해 심사할 수 있는 규격인증 자격을 승인받았다는 보도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앞으로 DVD 로고나 마크를 붙인 제품의 규격 적합성과 제품간 호환성, 불법제품에 대한 시장검열 및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 한마디로 이 분야의 경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두 업체가 DVD 관련 규격인증권을 획득한 것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선 그동안 일본업체들이 주도해온 DVD기술 분야에서 우리 업체들이 DVD규격에 대한 독자적 해석과 시험규격 및 도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이제는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시장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점이다.
다음은 국내 DVD기기 생산업체들이 이제까지 규격인증을 받으려면 일본업체에 의뢰했으나 앞으로는 국내에서 규격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규격인증 기간이 1주일 정도 걸리고 비용이 수천만원씩 들어갔으나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관련업체의 경영부담을 덜고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매체인 DVD는 고화질 대용량으로 광폭화면과 다국어를 지원하고 뛰어난 음향을 제공해 시장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더욱이 기존 VCR와 레이저디스크(LD), 비디오CD 등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VD시장에는 현재 세계 1000여개 업체가 진출해 있으나 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3개 일본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체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국내업체와 일본업체 사이에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우리는 97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했으나 젊은층들의 인기를 끄는 MP3플레이어는 국내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디지털캠코더 분야는 반대로 일본업체들이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이번 규격 인증권 획득을 계기로 DVD 분야의 선도국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제품 품질향상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DVD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DVD의 각종 표준제정과 개발방향 설정 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디지털시대의 기술입국을 이룩하려면 외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인증권 획득이 DVD 분야의 강국으로 우리가 도약하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