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스라인> 제3시장 출범을 앞두고

아직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다음달에 출범할 제3시장에 대한 얘기가 많다. 벌써부터 제3시장이 코스닥시장을 앞지를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제3시장에 진출하려다가 주춤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제3시장이 코스닥 열풍의 뒤를 이어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가장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데 근거하고 있다.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 등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신생 벤처기업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제3시장에 들어와 직접금융 조달창구로 삼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가격제한폭이 없어 투자자들의 열기가 달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은 좀 다른 것 같다. 우선 제3시장 진출을 희망한 기업이 200여개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자격요건을 갖춘 기업은 30%를 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정대상 기업 중에서 코스닥이나 거래소시장쪽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곳도 나타나고 있어 이 시장의 열기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여기에 코스닥시장에서는 허용하고 있는 단타매매(데이트레이딩)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어 자칫 개장초기부터 분위기가 냉랭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제3시장은 잘 알려진대로, 비상장 미등록 주식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건전한 주식문화를 조성하고 기업활동의 젖줄인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비공식적인 장외거래가 확대될 경우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고 거래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양성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제3시장이다. 그러나 장외시장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보다 활성화시키기보다는 단순히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을 보조하는 시장으로 양성화하려는 게 증권당국의 기본 입장인 것 같다.

이로 인해 작년 말부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면서 코스닥시장보다 더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이 요즘 들어 급강하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투자자들은 투자자대로 제3시장에 대한 매력을 잃어가고 있어 양성화조차 의문시된다.

여기서 제3시장이 갖는 성격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제3시장의 양성화는 근본적으로 지하자금 또는 장농속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산업자금화해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코스닥시장의 열기를 과열로 규정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지하자금의 절반 가량이 산업자금화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또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극복해 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3시장의 양성화냐, 활성화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제3시장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투자자의 투자효율이 높아진다면, 이는 곧 경제회생의 방편이며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일 것이다.

특히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는 물리지 않는 양도소득세를 굳이 제3시장에만 적용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지만, 이 경우 오히려 제3시장이 음성적인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세형평의 원칙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물리려면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도 이를 적용함은 물론, 특히 세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1년 이내에 특정인에게 사모형태로 주식을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다시한번 심도있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제3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은 미래비전만 갖고 있을 뿐,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올라가기에는 미성숙한 신생 벤처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디지털경제부 이윤재부장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