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벽해가 공항이 되는 일도 역사 중의 대역사다. 그런 공항의 두뇌와 중추, 오감을 대신할 정보통신시스템 구축은 어디 쉬운 일인가.
궁극적으로 공항의 모든 업무는 자동화되고 정보화된다. 공중과 지상의 항공기 상태와 이동 정보, 탑승객을 포함한 항공편 정보, 수하물 정보는 물론 각종 보안관련 조치, 기상, 환경 등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공항 운영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형성하거나 지원하는 이들 업무는 크고 작은 40여개의 패키지로 나뉘어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공항에서는 이들 시스템을 하부시스템이라고 통칭한다. 필요한 경우 이들 하부시스템은 서로 인터페이스하며 이를 통하여 통합된다. 이들 하부시스템의 완성은 개항을 위하여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한편 이들 하부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주요 정보는 공항의 모니터링과 통제, 조정 및 의사결정을 위하여 활용되는데 이들 정보를 근간으로 통합된 시스템을 인천국제공항통합정보통신시스템(IICS)이라 부른다. IICS는 서서히 이제 그 위용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시험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발주 당시 IICS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전문 기술인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연고로 외국 업체를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IICS 구축 컨소시엄은 불행히도 이름을 바꾸어야 했다.
초기 공항의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개별요소 기술을 구사하는 것보다도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청사진을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구현해 갈 수 있는 통합적 관리 능력이었을 것이다.
이제 2년여 기술 전수와 경험을 통해 축적된 통합관리 능력은 전반기의 곡절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의 이 분야 사업을 리드할 기회를 포착한 국내 SI업체 경영진의 대담한 결단과 집중적인 기술인력 투입, 요소마다 포진한 국내외 기술진과 그들의 컨설팅이 대역사의 연착륙을 위하여 조화를 이루어 내는 전환점을 이미 넘어 섰다.
위험관리! 위험관리! 위험관리, 아마도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진행은 이 화두로 시작하고 또 이것으로 끝나야 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시스템통합관리팀의 노력은 여기에 집중되고 있으며 작년 9월부터 투입되기 시작한 기술사와 CISA, 감리인 중심의 정보시스템 감리단도 기존 감리의 관점보다는 이러한 위험관리 컨설팅 시각에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하여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가장 최근에 개항한 홍콩의 첵랍콕 공항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개항초기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에게는 관리해야 할 위험요소로서 귀중한 정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갖고 있는 국내외 기술진이 감리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 그 위험요소를 파악해 내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당분간 이런 노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인비성현(人非聖賢)인데 수능무과(誰能無過)리오」. 사람이 성현이 아닐진대 그 누군들 허물이 없을 손가. 감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글귀다.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부족할지언정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서울에서 멀고도 가까운 이곳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이겨내며 불철주야 역사를 일구어 내는 모든 이들에게 이제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아니 오로지 그들만이 바다로 이어질 듯 시원스레 펼쳐진 활주로 위에서 순조로운 최초의 비상(飛翔)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