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MT2000의 중요성···서평원 LG정보통신 대표이사

흔히 21세기를 「기술의 무한경쟁시대」라고 말한다. 인간생명의 비밀을 밝히는 게놈(Genome) 프로젝트도 완성단계에 와있고 영화 같은 화질과 대형 화면의 디지털TV와 HDTV의 상용화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분야의 기술발전은 더욱 가속되어 지금보다 수백, 수천배 빠른 네트워크가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술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은 이미 상당 부분 선진기업 수준으로 올라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분야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자는 역시 CDMA방식 이동통신이다.

CDMA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여느 선진업체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기술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특히 CDMA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기술은 해외전시회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 표준기술을 선정하기로 한 국제통신연합(ITU)도 사실상 동기 및 비동기식 기술을 함께 인정함으로써 두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사업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통신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CDMA 기술상용화를 이뤄낸 불과 4∼5년 전 일이었다. 이제는 전세계 CDMA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빼놓고 이동통신이 중심이 될 통신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다시 말해 적어도 통신분야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더구나 CDMA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IMT2000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CDMA 종주국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IMT2000이 상용화되면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TV·오디오·팩스·디지털카메라 등 모든 디지털기술이 IMT2000에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MT2000 기술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독자기술을 확보해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비동기 방식(WCDMA)의 기반이 되는 GSM 네트워크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동기방식 기술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표준기술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고 또 세계 최고속도의 통화시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비동기 방식은 CDMA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GSM 네트워크를 IMT2000으로 발전시키는 형태이기 때문에 GSM 기술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리 기업에는 GSM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유럽의 선진업체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비동기 기술도 자체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좀더 깊이있는 기술적 탐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IMT2000의 모뎀칩을 비롯한 핵심부품 개발도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업체들도 핵심부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이미 개발을 끝낸 상태다. 로열티 부분은 감수하더라도 우리의 손으로 개발한 핵심부품을 사용함으로써 외화의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IMT2000 기술표준화를 주도하는 것도 우리 기업들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표준화를 주도하는 기업의 기술이 표준화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관련기술의 특허확보와 함께 관련단체의 표준화회의 또는 국제기술세미나 등 기술표준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통신기술협회(TTA)가 중심이 되어 IMT2000 표준에 관한 국내업체들의 목소리를 국제표준화에 반영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민간기업과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뤄진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제 곧 세계가 하나의 단일 네트워크로 묶이는 디지털 네트워킹의 시대가 올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킹 시대의 핵심기술은 IMT2000으로 집약되고, 결국 IMT2000의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기업이 디지털 네트워킹 리더로 세계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IMT2000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