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버 테러 근절 시발점

정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생활의 중심이 인터넷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사이버 테러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자 정부가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런 사이버 범죄를 근절키로 한 것이다. 이미 불법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정부는 앞으로 정보통신부와 재경부 등 관련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사이버 테러 방지 관계장관회의를 수시로 열어 다각적인 사이버 테러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사이버 테러 신고센터와 사이버 테러 기술지원단 설치를 결정했다. 또 정보통신기반 보호를 위한 부문별 대책 마련과 연내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을 만드는 등 법적 토대까지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제정 전에라도 대통령 훈령을 통해 공공분야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민간분야라도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통신시스템의 보호지침을 마련해 운용키로 했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유연성을 가진 적절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네트워크를 타고 전염된 CIH 바이러스가 수십만대의 컴퓨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일대 혼란이 일어났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사이트들이 해커들에 의해 장시간 접속불능 상태라는 곤욕을 치렀다는 외신도 접했다. 이처럼 사이버 테러는 이제 먼발치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이버 테러는 개인과 기업·국가를 상대로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행위다. 더욱이 미래의 국가간 분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처해야 할 부문이 사이버 테러라는 점과 분단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의 경우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빈틈없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부의 침입이나 화재·지진 등의 재난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진 네트워크에 대한 보호책은 정보화시대를 맞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사이버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업무시스템이 구축돼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은 입안하는 것 못지않게 시행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관련부처가 9개에 달해 정책의 조정과 협의과정에 차질이나 이해가 엇갈려 대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하루가 시급한 일이다. 여유를 가지고 대책을 마련할 정도로 느긋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사이버 테러 방지책은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 그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보보호 분야의 필요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고 이들 인력이 벤처 열풍 속에서도 정부의 의도대로 사이버 테러 방지 분야에 남아 제 몫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교과과정을 신설하고 관련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아울러 핵심기술 개발비를 확대하고 건전한 정보이용 문화가 확산되도록 범국민 캠페인 전개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정부의 대책이 내실 있게 추진돼 기승을 부리는 사이버 테러를 근절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