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도시 「할리우드」가 영화의 메카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인 1920년대쯤의 일이다. 그곳 한 선술집이 스튜디오로 사용되고 이야기가 있는 최초의 영화인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그 보잘 것 없는 시골에서 완성되면서 「할리우드」는 미국영화의 본산이 됐다.
오늘날 영화의 메카로 불리는 할리우드 지역은 오렌지숲만 그럴싸한 그저 그런 곳이다. 용수마저 부족해 농사짓기도 부적합한 땅이다. 그 때문에 할리우드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소읍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햇빛, 그리고 다양한 지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이 영화촬영에 절대적인 이같은 지형적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할리우드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웃에 있는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는 「초원」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매우 척박한 지역이다. 샌페드로와 로스앤젤레스 솔트레이크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의 중심지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지형적인 한계로 인해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사막지역이 「옥토」로 바뀌고 사막의 휴양지로 유명해진 것은 다름아닌 엔터테인먼트란 나무를 끊임없이 심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엔 다른 경제가 없다. 오직 엔터테인먼트만이 자리할 뿐이다. 엔터테인먼트란 단일산업으로 라스베이거스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을 누르고 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의 실업률은 중국·브라질·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낮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이처럼 척박한 땅과 한 이름없는 소읍을 세계인의 명소로 만들어 놓았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곤한 나라도 없다. 전국토가 거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세울 만한 자원이라곤 손꼽을 정도다. 그나마 산 높고 물 좋다는 얘기도 이젠 환염오염으로 옛말이 돼버렸다. 우리의 명소라고는 조상이 남겨준 유적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민족이 엔터테인먼트적 자질을 타고났다는 점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명소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단지 그들처럼 영화배우가 하룻밤 묵고간 호텔을 상품화하는 데 인색했고 노래 잘하면 「광대」라고 업신여겨 왔을 따름이다.
「인터넷문명」이란 도도한 시대의 물결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인터넷문명의 꽃은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다. 콘텐츠가 없는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미래를 내다보는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를 상품화하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프랜시스 케언크로스는 「거리의 소멸 디지털혁명」이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디지털혁명으로 세계가 지금까지 겪어온 것 가운데 가장 빠른 과학기술의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가정과 일상습관, 개인적 관계, 사고방식 등이 정보통신의 발달로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사고와 생활습관 등이 싹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미래의 콘텐츠도 이러한 관점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특히 그는 미래의 콘텐츠에 대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양방향이 가능한 미디어와 콘텐츠만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근 콘텐츠를 포함한 영상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문화산업 비전21」을 발표했다. 이 안의 주요 내용은 미래의 콘텐츠를 개발해 우리도 한번 문화산업적 가치를 한껏 높여보자는 게 골자다. 그리하여 할리우드와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유산을 만들어보자는 뜻일게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정말 좋은 묘목들을 골라 심는 정책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