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 대형 DIY소매업체와 작업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고도로 분산된 시장에서 지배력을 획득하는 것에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맞추었다. 경영진들은 회사가 이미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를 무기로 매장을 대폭적으로 확장했다. 디지털 전략 팀은 일부 매장을 방문한 결과 그 곳이 쇼핑하기에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판매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도움을 얻기도 어려웠다. 일부 매장은 잘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것도 단지 입지가 좋은 덕분이었다.
그 회사의 당초 목표는 매장의 위치 선정을 잘해서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여 나가는 한편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다 많은 매장을 늘려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순환 과정은 그 기획의 방향을 바꾸어 버렸다. CD롬 카탈로그나 전자상거래, 3차원 인터페이스, 실시간 통신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판매가능성들을 검토하면서 프로젝트팀은 회사의 물리적 자산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토론의 방향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가상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인지도를 제고하는 방법으로 선회했다.
다양한 상품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자쇼핑이 더 편리하고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과 점포 모두에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못 한 개를 사기 위해 인터넷에 가는 사람은 없지만 비싼 전동공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니면 온라인 시뮬레이터로 설계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모두 담긴 패키지 상품을 살 수도 있다.
가장 편리한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프로젝트팀으로하여금 아주 흥미로운 작업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다. 그들은 토론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 너무나 기본적이어서 아무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왜 제일 먼저 DIY매장에서 물건을 사는가. DIY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가. 매장설계의 어떤 점이 다른 매장보다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프로젝트팀은 실제 매장이 아닌 가상공간으로 찾아 갔다. 거래비용이 저렴한 이 같은 환경에서 형성되고 있는 이익 공동체에서 이들은 일말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비영리단체인 세계배관공협의회(World Plumbing Council)는 플럼넷(Plumbnet)이라는 훌륭한 웹사이트를 구축해서 사람들이 배관시설에 문제가 있을 때 글을 올릴 수 있게 했다(예를 들어 「계량기 부근에 물이 새고 있어요」 따위). 그러면 다른 사용자들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토론이 비동시적으로 벌어진다. 바터 시스템스(Barter Systems)라는 또 다른 사이트는 바가지 요금 등에 관한 사례를 게시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고객들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웹사이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DIY가 판매 개념이라기보다 일종의 생활양식이라는 사실이었다. DIY매장은 자기가 좋아서 혹은 돈을 절약하려는 소비자들로부터 억지로 수요를 이끌어 내려고 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프로젝트팀은 DIY수요자들은 비조직적인 공동체로 재료뿐만 아니라 정보와 전문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토론장을 원했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다른 쇼핑객들과의 대화를 위해 매장에 자주 들렀던 것이다.
이리하여 프로젝트팀은 전략의 초점을 전통적인 시장점유율 접근방식과는 전혀 다른, DIY수요자들을 위한 가치공동체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에 맞출 것을 제안했다. 소매점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누구든 우선적으로 한다면 수많은, 가치 있는 거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동체 센터의 구축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단지 물건을 사는 것만이 아닌 하나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매장에 대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정말 큰 힘이 될 것으로 프로젝트팀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