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과 경쟁하는 CDMA 전국망 구축을 위해 장비입찰을 진행해왔던 중국 정부가 최근 CDMA 이동통신망 구축사업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외신 보도가 터져나와 이의 사실여부와 사태진행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AP 등 주요 외신들이 중국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타전한 「중국 CDMA 구축사업 무기연기」보도는 사태진행 여하에 따라 우리나라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정부관리와 기업관계자들은 외신들이 풀이하는 것처럼 중국정부 관리의 이같은 주장은 고도의 정치적·외교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CDMA의 전면적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은 중국정부가 CDMA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전면적 중단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까지도 CDMA 채택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중국정부는 CDMA 이동통신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전국망 구축을 위해 연합통신(차이나유니컴)까지 설립하는 등 CDMA 투자를 명확히 해왔다. 지난해말부터는 CDMA 이동통신시스템 구축을 위해 장비입찰을 진행해왔으며 입찰결과를 늦어도 3월초에 공개하기로 했었다.
이동통신망을 통해 「전국통신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정부 입장에서 CDMA는 GSM이 주도하고 있는 이동통신네트워크의 유일한 경쟁주자다.
그뿐만 아니라 CDMA를 통해 이동통신망 멀티벤더를 추진한다면 GSM을 포함해 기술료협상이나 투자효과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CDMA 기반기술이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기반기술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정부가 CDMA를 외면하는 정책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정부가 CDMA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CDMA 이동통신망 구축사업계획 무기연기」를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국내의 관련기업들은 미국 정부나 미국내 관련기업과의 협상력 제고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가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정부나 우리 기업, 퀄컴 등에 사업계획 연기설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CDMA 이동통신망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었던 중국 정부와 미국의 이러한 긴장관계가 우리 기업에 가져올 파급효과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사태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 필요가 전혀 없으며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우리는 이제까지 중국정부와 CDMA와 관련 공고한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 고려할 때 우리 기업에 크게 불리할 게 없고 오히려 중국정부가 우리기업을 대미 견제를 위해 지렛대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8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중국 주룽지 총리를 예방, 한·중 CDMA 협력관계를 협의하기로 했던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주룽지 총리측의 『전국인민대표자대회(3월 6∼15일) 이후로 방문해달라』는 답변에 따라 일정을 추후 조정하기로 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