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C 관련 특허출원 심사

정부가 24개월씩 걸리던 전자상거래(EC) 관련 특허출원 심사 기간을 올 하반기부터 15개월로 단축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매우 잘 한 일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출원인이 자신의 특허등록 여부를 단 2개월만에 알 수 있게 된다고 하니 인터넷 기술 개발과 EC가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심사기간의 단축은 법적으로 해당 출원을 청구 순서에 상관없이 처리할 수 있는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심사란 국익 또는 개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긴급처리가 필요한 경우 특정 출원을 심사청구 순서에 관계 없이 타 출원에 우선해 심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허청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EC 관련 출원을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허법시행령(제9조)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EC 분야가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돼 심사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정은 우선 출원자가 그만큼 출원기술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점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변화와 유행이 빠른 인터넷 EC 분야에서 출원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디지털경제강국의 건설을 당면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전체에 가져다 주는 성과도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경제가 가시적 상품경제가 아니라 무형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매개로 구축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업과 개인을 포함한 출원인들 역시 몇 가지 점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고 한다.

우선 출원된 기술 내용이 조기에 공개되기 때문에 후발기업이나 출원인들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후발주자들이 공개된 기술을 근거로 한 개량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 폭넓은 기술의 공유와 함께 EC 분야의 활성화가 그만큼 촉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특허법상 우선심사 대상은 공해방지·수출촉진 관련 출원 등 9개 분야로 제한돼 있어 EC 관련 출원건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출원 심사기간의 단축은 반가운 일이기에 앞서 내용상 미진한 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심사기간이 아직도 15개월씩이나 소요돼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이른바 <생각의 속도>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하는 벤처기업가들에는 큰 불만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정보기기나 심지어는 가전제품을 보더라도 그 생명주기가 평균 1년 정도로 짧아진 것이 최근의 추세다. 어떤 분야에서는 1년에 서너번씩 신기술과 신제품이 쏟아진다.

물론 연간 출원건수가 수백건에서 수천건에 이르는 무형의 기술과 아이디어들을 단기간에 심사해야 하는 당국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출원인들의 창의성과 기업의지를 저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신축성 있는 법 제도의 운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단 이번 정부 결정을 환영하지만 차제에 각계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출원심사기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