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전자서적)」 시장 패권다툼이 치열하다. 젬스타인터내셔널사가 실리콘밸리의 신생 e북 업체 2개사를 인수·합병해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두주자 어도비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거대군단과의 일촉즉발의 전운이 짙다. 아직 「처녀지」나 다름없는 e북 시장을 둘러싼 쟁탈전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개미 군단 젬스타인터내셔널의 출사표.
젬스타인터내셔널사가 최근 전자서적(eBook) 시장에 뛰어들어 실리콘 밸리에 있는 2개의 신생 전자서적 업체를 인수한 데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본사를 둔 젬스타는 최근 「로켓 e북(Rocket eBook)」이라는 전자서적 단말기 업체인 실리콘밸리 마운틴 뷰의 누보미디어사와 「소프트북(Softbook)」으로 불리는 독서용 단말기 개발업체인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의 소프트북프레스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젬스타는 지난 달 전액 주식교환 형식으로 인수한 양사의 매입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인수로 신규 발행한 주식수가 전체 유통주식의 3% 미만이라고만 설명했다.
온스크린 TV 프로그램 가이드와 VCR 프로그래밍 기술을 제공하는 젬스타의 e북 기업 인수는 종이책이 아직도 잘 나가는 상황에서 전자서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젬스타가 e북 사업에 진출한 것에 대해 무언가 석연치 않은 눈초리를 보내며, 오히려 합병된 3개 기업이 조화를 이룰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헨리 유인 젬스타 회장 겸 대표이사는 e북 사업 진출이 젬스타로서는 당연한 사업다각화의 결과라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선용 수단인 TV 시청 분야를 젬스타가 이미 장악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제 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여가 수단인 독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혁명에 편승해 이를 소비자들의 여가 습관에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보미디어와 소프트북은 서적과 잡지, 문서 등을 전자 형태로 읽는 전자 독서단말기를 생산하고 있다. 출판사와 제휴해 출판물 내용도 이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이 단말기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이나 일반 전화선을 통해 전자 출판물도 판매중이다.
가트너그룹의 빅터 보치 연구소장은 누보미디어와 소프트북은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고 해석한다. 누보미디어는 대중소설이나 그저 비행기에 갖고 타는 종류의 도서 시장을 지향하는 반면, 소프트북은 서류나 교재, 잡지 등을 더 많이 다룬다는 얘기다.
사실 e북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처녀지나 다름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쇄 형태의 책을 읽는 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미미한 존재라는 게 분석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한 분석가는 오히려 『종이책은 값싸고 디자인도 아주 훌륭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로선 전자 형태의 타이틀 수도 한정적이다. 누보미디어와 소프트북프레스는 사이먼앤드슈스터, 랜덤하우스, 맥그로힐 같은 유명 출판사들과 제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출판사 대부분은 전자 출판을 시험하고만 있을 뿐 전 출판물의 전자서적화는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전자서적은 고작 수천권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 단말기와 전자출판물의 가격도 e북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다. PC가 필요한 로켓 e북은 199달러다. 소프트북 독서단말기도 최근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렸지만 아직 199달러나 된다. 전자출판물의 가격은 보통 출판사가 결정한다. 적으면 수달러에서 많게는 일반 종이책 가격 수준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가격이 100∼200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전자출판물이 일반서적보다 값이 싸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회사 주피터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앞으로 3∼5년 안에 e북 시장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DC도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의사와 기술자 등 일부 계층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서 젬스타는 많은 소규모 기업들은 물론 2개 거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출판사들이 PC 화면에다 책 내용을 선명하게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앞으로 6개월 안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도비사의 기존 제품 애크로뱃 리더도 이미 문서를 이른바 「PDF(Portable Document Files)」 형식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상태다. 젬스타가 이 같은 경쟁사들의 높은 벽을 제대로 뚫고 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