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통신장비 산업>3회-무료 통신시대의 꿈 VoIP(하)

지난해 3, 4개 업체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VoIP 장비업체 수는 최근 10여개로 늘어났고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적어도 30여개가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선점을 위한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코스모브리지가 국내 VoIP 업계 최초로 「VoIP 패밀리그룹」을 결성, 시장 선점을 위한 도원 결의를 선언했다.

최찬규 코스모브리지 사장은 『사실상 전세계 VoIP 시장은 초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장비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VoIP 관련 기술을 확보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힘을 모아야만 세계 시장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회사의 패밀리그룹 결성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VoIP 장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더욱이 올해 국내 VoIP 장비 시장 규모가 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 5개에 불과했던 국내 VoIP 전문업체가 올해는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의 전망에서도 이미 치열한 시장경쟁은 예고됐다.

사실상 최근들어 국내 최대의 CTI 업체인 로커스를 비롯해 오성정보통신·삼보정보통신·유광정보통신·비트로테크놀로지·엔써커뮤니티·예스테크놀로지·한솔텔레컴 등의 업체들이 VoIP 장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에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LG정보통신·성미전자 등 대형 업체들까지 가세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국내 VoIP 장비 시장은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의 시장 경쟁은 VoIP 장비 수요를 촉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 수준이다. 최근 2년간 세계 VoIP 시장을 주도해온 시스코시스템스·클라런트·스리콤·노텔네트웍스 등 선진기업들은 비교적 일찌감치 VoIP 기술 및 장비개발에 나선 반면 국내 VoIP 장비업체들의 이력은 일천하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기술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코스모브리지 등과 같이 해외 시장에 기술력을 검증받아 KTI·퓨리텔·아시아나텔레컴·이미컴 등 해외 상용 사이트를 둔 업체도 있지만 상당수의 국내 업체들은 VoIP 부문에서 만큼은 신생업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만일 외국 장비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초기 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파격적인 가격공세에 나선다면 시장판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일례로 시스코시스템스의 전략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지난 98년 10월 미디어통합 네트워크의 출현을 예견하고 5단계의 VoIP 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이에 이어 연초에는 최근 주목받는 VoIP 기술부터 비디오까지 IP 기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최종 단계인 AVVID(Architecture for Voice, Video, and Integrated Data)를 이미 완성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성정보통신의 조충희 사장은 『코스모브리지의 VoIP 패밀리그룹 결성은 업계 종사자로 권장할 만한 일』이라며 『외국 기업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벤처기업간의 공조가 절실하고 나아가서는 해외 벤처기업들과 공조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정보통신부 부내전용전화망 프로젝트에서 국내 업체들이 초기 시장선점을 목적으로 출혈경쟁에 가까운 과당경쟁을 벌여 결국 「남지 않은 장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VoIP 장비업체들이 선진업체의 아류신세로 남지 않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선 신기술 개발 못지 않게 기존 업체간의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이를 공조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