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안타까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박재성 정보통신부장 jspark@etnews.co

3월에 접어들면서부터 봄기운이 완연하다. 희끗희끗 눈에 띄던 먼 산의 눈도 어느새 보기 어려워졌다. 겨우내 두께를 더했던 계곡 얼음 아래로 간신히 빠져나가던 물에 이젠 힘이 붙었다. 조만간 멀리 남녘땅에서부터 꽃소식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 풀지지 않는 듯하다. 신문사로 초고속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전화나 e메일로 연일 제보를 보내고 있다.

『가입 신청을 했는데 두달을 넘겨도 가입이 안된다』 『초고속이라는데 제속도가 나지 않는다. 최저 2Mbps, 최고 10Mbps가 나온다고 선전해 놓았는데 지금은 56Kbps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접속이 되어도 금방 끊어져 버린다』 『하도 답답해 회사에 전화 연락을 시도해봐도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영화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이다』 『장애 신고를 하려고 해도 전화도 안된다』 『해지하려고 해도 위약금이 천문학적인 숫자라서 엄두도 못낸다』 등의 내용이다.

이같은 불만은 지난 2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799명을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 조사를 보면 이용자의 74.1%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전송속도가 선전 내용에 비해 떨어진다고 답했고 38.8%가 접속중 자주 끊긴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ADSL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의 경우 최고 8Mbps에 턱없이 모자란 1.5Mbps밖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서비스 개통지연(27.5%), 접속불량(22.7%), 애프터서비스 불만(51.3%) 등으로 응답했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한국통신·하나로통신·두루넷·드림라인 등이다. 이들은 ISDN·ADSL·케이블모뎀·위성인터넷 등 주로 4가지 형태로 서비스한다. 그 가운데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역시 ADSL이다.

ADSL은 전화선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으로, 음성보다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고 8Mbps의 속도로 데이터통신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전화국에서 가정까지 반경 3.5㎞ 이내에서는 제속도가 나지만 그 거리가 멀어질 경우 속도는 떨어진다.

어떤 회사는 본국에서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광케이블을 깔고 여기에 전화국과 비슷한 장비를 놓고 ADSL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는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는 트리형인 케이블TV 모뎀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윗단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단에서 끊기거나 적정 가입자 이상이 될 경우 속도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업체마다의 특성 때문에 속도에 차이가 나거나 제속도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외에도 변수가 있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서버 컴퓨터의 용량이 부족할 경우 속도가 느려진다. 또 서버컴퓨터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사이의 전용선 용량 부족 등도 문제다. 외국의 ISP의 서버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은 제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모두를 서비스 제공업체에 탓을 돌린다.

어쨌든 올해 말이면 인터넷 인구가 2000만명은 너끈히 넘어 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지난 98년 5만명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1월에는 72만명으로 늘어나고 연말까지는 최소한 200만명, 많으면 300만명으로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신청자가 늘어날 전망이니 앞으로 사용자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 같진 않다.

현재 가입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가입자망이 증가하는 데 따른 기간망의 확충이다.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하나의 아파트단지까지 서비스를 연결할 경우 1억원 가량 든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난 셈이다.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루빨리 받고 싶어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도 초고속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인터넷 서비스를 조사해 전송속도를 재고, 끊기는 회수 등을 평가·발표하는 품질평가제를 조만간 실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래저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