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경영 이렇게...신한경영연구소장 김현철(공인회계사)

15, 16세기에도 벤처기업이 있었다. 지역에 따라 물건의 가격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사업이라기보다는 모험의 성격이 강했다. 주로 거리가 멀고 험난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항해를 했는데, 당시의 기술이나 지식 수준으로 보아 이것은 목숨을 건 항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성공리에 항해를 마치면 상당한 재산을 얻을 수 있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벤처기업도 여러가지 면에서 예전의 벤처기업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과거 벤처기업의 핵심 경쟁우위가 강력한 배였다면 현재의 벤처기업은 최첨단의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귀족, 대상인들이 금전적으로 이들을 지원했다면 요즘에는 벤처캐피털, 엔젤 등이 투자자의 역할을 한다. 사나운 파도, 폭풍우, 기후 등이 과거 벤처기업의 장애요인이었다면 지금의 벤처기업에는 급속한 기술 변화, 치열한 경쟁 등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통점은 위험의 크기에 비례하는 엄청난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벤처기업이 이와 같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기술력이 부족해서 실패한 기업도 있고, 기술적으로는 경쟁우위에 있음에도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극심한 경쟁환경과 경영자의 경영마인드 부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극심한 경쟁환경이 예전의 파도나 폭풍우와 같은 통제불가능한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경영자의 경영마인드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벤처기업 경영자의 경영마인드는 어떠해야 할까. 목숨을 담보로 한 항해를 진두지휘했던 과거 벤처기업의 선장과 현재 벤처산업을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의 경영자를 역할 모델(Role Model)로 삼아 몇가지 경영마인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선장은 배를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MS의 빌 게이츠와 터보테크의 장흥순 사장의 경우 자신을 엔지니어가 아니라 경영자라고 소개한다. 한시도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대부분의 벤처기업 경영자가 자신도 그러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경영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경영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경영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아마도 국내 벤처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출발점에도 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엔지니어적 마인드를 떨쳐 버리지 못했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자신이 할 수 없다면 권한을 위양하는 것도 경영자로서 중요한 자질인 것이다. 또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전체를 꿰뚫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마케팅, 재무, 인사, 생산 등 기업의 총괄적인 흐름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선장에게는 선원들의 신뢰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반도체 검사장비의 자체 개발로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미래산업의 정문술 사장은 인간적이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경영자다. 메디슨의 이민화 사장은 한경영이라는 한국적 정서에 맞는 경영 방식을 도입했다. 한경영은 바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경영이다. 메디슨의 모든 제도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뿌리에서 파생된 가지이고 각종 규정은 나뭇잎에 해당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공동체 의식이 조직의 무게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장은 선원과 투자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 경영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과 사원들에게 충분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벤처캐피털을 많이 이용하면 성공의 열매가 회사 외부로 흘러가게 되며, 이것을 걱정해 벤처캐피털을 회피하면 자금 악화로 회사 자체의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