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상한 정부논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제품을 어떻게 내다팔고 고객을 확보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측에 마케팅 지원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정부측의 대답은 『장사하는 것도 기술인 만큼 기업을 키우려면 장사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기업 스스로 알아서 영입하라』고 주문한다. 벤처기업의 생명이 기술개발인 만큼 연구원들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영업이나 마케팅, 회사재무 등의 업무는 전문가를 초빙해 맡기라는 논리다.

이런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CEO를 영입해 회사를 맡기고 있는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요즘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정부는 2년전 벤처기업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연구원이 창업할 경우 금융권으로 하여금 창업지원자금은 물론 운영자금의 대출금리를 연리 4.0%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도록 권장한 반면 일반 비연구원 출신의 창업지원·운영자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대정책을 만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금융권이 이보다 높은 연리 7.0% 이상의 일반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비연구원 출신의 CEO를 영입한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정부의 우대금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연구원 창업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연구개발인력을 모아 벤처기업을 만든 대부분의 업체들도 단지 창업주가 비연구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연구원 창업기업에 비해 턱없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물론 「묻지마 투자」로 시중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우가 적어지고 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사를 창업해야 하는 비연구원 출신에게는 또다른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벤처기업 지원에 있어 연구원·비연구원이 구분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건전하고 튼튼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벤처창업을 가로막는 악재들은 이제 과감히 재정리할 때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