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이동전화단말기를 팔기 위해서는 생산 전공정을 갖춰야만 한다는 인식을 깬 기업이 등장했다. 신규 진출 중소기업으로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제조공정을 제외한 전공정(설계와 영업)을 수행하는 방식의 모델을 제시한 기업이 나타난 것이다. 화제의 기업은 지난 98년 설립된 기가텔레콤(대표 김호영).
이 회사는 기업 초창기인 지난 98년부터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두루 포진하고 있는 특이한 국내 환경에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신규업체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제조공정을 제외한 이동전화 전공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기가텔레콤이 모색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문자디자인생산(ODM:Ordered Design Manufacturing) 방식. 그러나 이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적인 판매에 나서기로 방향을 정한다. 또 이동전화기 공급을 원하는 사업자(Carrier)에게 자사의 독자 브랜드로 제품을 공급·판매하되 제조만은 대기업 등에 용역을 맡겨 이를 독자 영업력을 바탕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 동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위한 설계용역만을 수행해왔지만 오는 7월이면 사업자(Carrier) 브랜드가 선명한 제품을 기가텔레콤의 명의로 공급계약한다.
이러한 방식은 아직까지 실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다양하고 우수한 모델을 제공하는 중소 전문기업의 설계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므로 공생을 위한 방안으로 설득력을 가진다』는 게 이 회사 김호영 사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사례는 얼마 전 미래산업 등이 인터넷폰을 만들어 텔슨전자에 용역을 준 사례에서도 그 흐름의 일단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사업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는 데 힘입은 기가텔레콤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이동전화산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새로이 진출한 용역 위주의 소규모 기업 대표들과 함께 이러한 방식에 대한 공동 사업도 구상해 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가텔레콤 측은 『이러한 새로운 사업방식을 최근 설계용역공급회사가 잇따라 나타나기 시작한 우리나라 환경과 맞물려 생각해 본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공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중소기업의 단순한 설계용역 공급 차원에서 벗어난 이 회사의 새로운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낼 지 벌써부터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