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기업의 섣부른 벤처투자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비슷한 구석이 많은 반면 다른 부분도 참 많다. 두 업종 모두 리스크가 큰 반면에 수익성이 아주 높은(High Risk-High Retuern)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즈니스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최근들어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업체가 아주 비슷해지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털 고유의 영역인 벤처투자에 혈안이 돼 있는 탓이다. 요즘엔 웬만한 벤처기업치고 벤처투자를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창투사나 창투조합에 출자를 안한 벤처기업은 벤처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직접 새로 창투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창투사를 인수, 아예 벤처캐피털 시장에 진출한 벤처기업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위 잘 나간다는 벤처기업 대표들은 대규모 벤처펀드까지 조성한다고 야단법석들이다.

외견상 벤처기업의 벤처투자는 나름대로 뚜렷한 이유가 있다. 기업의 첫번째 존재 이유가 「이윤추구」란 점에서 수익을 ●아 투자하겠다는 것을 「흉」이랄 수는 없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벤처비즈니스의 속성상 관련 벤처투자가 효과적인 대안이란 얘기다. 미국의 벤처자본을 움직이는 상당수 세력도 벤처기업가들이다.

문제는 아직 우물안 개구리 수준에 불과한 우리 벤처기업들이 벤처투자에 이렇게 혈안이 될 만큼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성숙돼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최근 벤처기업의 벤처투자 열기는 비즈니스적인 측면보다는 다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이를 통한 수익창출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벤처투자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이 비즈니스를 통한 영업수익이라기 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단기 활황에 따른 주가급등과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고 유치한 외부 벤처캐피털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벤처의 진정한 성공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설비투자 △마케팅 확대 △해외진출 △고급인력 영입 △전략적 제휴 등 투자할 곳이 너무도 많습니다. 투자는 완전히 성공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만 진출하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 다른 쪽에 눈을 돌리는데 진정한 벤처는 설립초기에 가졌던 「벤처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는 한 벤처캐피털 리스트의 뼈있는 지적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