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자음을 이용한 디지털피아노 개발이 싹트기 시작한 시기는 87년 최초로 일본과 기술 합작으로 단순 조립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시기에 디지털피아노의 분신인 전자키보드가 여러 가지 악기음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전자악기 시장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규모 증가로 국내 업체들은 이를 미래 악기 산업으로 인식하고 전자악기의 핵심기술인 사운드 칩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운드 칩의 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국내 전자악기업체도 향상된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모델을 개발했으나 기술적인 면, 즉 악기의 음질과 건반의 터치감은 아직까지도 일본의 유명한 회사에 근접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연구개발 투자비나 기술개발이 너무나 미약해 일본의 유명한 회사를 따라간다는 것이 사실상 무리다. 현재 우리나라 악기업체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IMF체제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 개발비 투자를 생각한다는 자체가 사치스러울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적인 전자악기 쇼를 참관하면 매년 유명 외국사들은 신제품에서 기술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전자악기 음이 원음에 근접했다고 서로 자랑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의 Y사 제품은 몇 년 전부터 디지털피아노 음질이 일반 피아노인지 전자악기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향상된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다수 국내 제품은 전자악기의 장점인 기술적인 면과 제품의 우수성을 아직까지도 부각시키기가 어려워 저가의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워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피아노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얼마나 원음에 접근할 수 있는가」와 「연주시 건반의 터치감」으로 요약된다. 이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만이 세계 악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순수 전자악기 기술 수준은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하고 대부분 회사들이 외국 회사와 합작으로 기술기반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사운드 칩을 개발했으나 그 기술수준이 미약해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들 업체는 사운드 칩만을 보유하고 있으나 악기음을 내기 위한 사운드 라이버러리가 아주 미약하다.
선진국 악기회사들은 대부분 고유의 사운드 칩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얼마나 좋은 사운드 라이버러리를 보유하고 그것을 이용해 원음에 얼마나 가까운 소리를 재현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유명도가 결정된다.
둘째로 중요한 것이 디지털피아노의 이름에 붙어 있는 것처럼 피아노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름으로써 소리가 난다. 현재 국내 디지털피아노 업체들은 대부분 건반을 수입, 악기를 만들고 있다. 국내 한두 업체에서 개발해 초기에 적용했으나 문제점이 많아 현재는 거의 적용을 하지 못하고 수입하는 실정이다.
세계 악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운드 칩, 사운드 라이버러리, 건반 등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전자악기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가격과 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일본 전자악기 제품들이 수입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나라에 상륙하면 국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악기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회사의 존폐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기술개발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전자악기 또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성에 중점을 두고 신제품 개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