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벤처기업 이젠 해외로

인터넷업체를 비롯한 일부 유망 벤처기업들이 하나둘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미 세계적으로 이슈가 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업체이기는 하지만 국내 시장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경의 개념을 퇴색시키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시대에 우리 벤처기업들의 발빠른 해외 진출은 우리나라가 새로 시작된 밀레니엄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업체들의 동참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벤처기업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신생 업체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관련 분야 업체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콘텐츠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장비·솔루션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업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업체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제 초기 확산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무료전화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인터넷 전화업체의 성공담은 우리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선진국에서도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우리보다 한발 늦게 인터넷 시대를 맞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우리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에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본거지인 미국이나 유럽으로의 진출도 의미가 있겠지만 12억 인구의 중국이나 7억 인구를 가진 인도, 2억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아시아지역으로의 조기 진출은 우리나라를 아시아지역 인터넷 산업분야 종주국으로 만들어줄 것이 확실하다고 하겠다. 최근 중국이 인터넷 시장을 전면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진출 여건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인터넷 분야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공장이나 설비를 들고 나가는 기존 산업분야와는 확연히 다르다. 현지법인을 세우지 않더라도 현지업체와의 제휴라는 간단한 방식으로도 현지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역시 아이디어와 기술이 사업 기반이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활동과 별다를 것이 없다. 단지 마케팅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정도가 과제일 뿐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벤처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족한 자금은 이들에게 사업성공과 함께 일확천금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이같은 풍요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가 하나로 묶이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서 인구 4000만명에 불과한 국내를 상대로 안주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기회는 주어졌을 때 차지해야 한다고 볼 때 벤처기업,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들에는 지금이 자신들의 영역을 아시아에서 시작해 세계로 넓혀갈 수 있는 기회의 시기라는 점을 벤처기업인들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