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똑똑한 가전제품 만들기

생활전자부 윤원창 부장 wcyoon@etnews.co.kr

가전제품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 가전제품이 사람의 눈과 귀의 발달에 맞게 발전해 온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때문에 신제품의 탄생도 시대적 요청과 조류가 원하는 「필요」에다 이를 충족시키는 무형의 핵심기술인 관련 「신기술」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로 등장할 가전제품은 어떤 것일까. 우선 미래 상황을 예측해 보자. 21세기를 지식사회·정보사회·인터넷사회·사이버사회 등으로 많이 표현한다.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도 지식·정보·인터넷이라는 단어들이 21세기의 일상을 지배할 것이 확실하다. 굳이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면 인터넷이란 수단을 통해 정보교환을 하는 것으로 대충 뭉뚱그려지는 「네크워크 사회」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이같은 네트워크 사회와 이를 뒷받침하는 신기술은 새 가전제품 탄생의 필수적 「상수」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매개변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새 제품의 형태와 종류가 결정지어진다. 매개변수는 크게 신기술에 대한 욕구, 네트워크 정도, 생활환경 변화 등 3가지로 묶을 수 있다. 물론 이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류 발전에 원동력이 되어왔던 신기술에 대한 욕구다.

그러나 네트워크 사회에선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네트워크화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 불가능하다. 다만 미래학자나 관련 전문가들의 예측과 예상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는 한 가정의 모든 생활 환경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홈 네트워크」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홈 네트워크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따위의 가전기기를 비롯한 가정의 모든 생활 기반이 네트워크화하여 집밖에서도 집안 일을 파악하거나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각종 기기간 양방향 정보전달도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새로 등장할 가전제품은 대강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자체 제어 기능을 갖춘 형태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 가전업계에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정보가전이니 디지털가전이니 네트워크가전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이런 기능을 갖춘 것들이다. 이들 제품은 가전과 정보통신, 인터넷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예컨대 냉장고가 재고를 파악, 필요한 제품을 네트워크를 통해 주문하는 등 기존 냉장고 기능에 네트워크를 통한 명령수행 기능을 결합한 제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똑똑한 가전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똑똑해지는데 한계가 있다.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는 고립된 환경에 있으면 정보교환을 하면서 성장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지능이 떨어진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영화 「타잔」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가전제품도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없거나 정보교환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으면 한낱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가전제품이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자체 제어 기능에다 다른 시설 또는 서비스와 끊임없는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세계 가전업체들이 기존 제품에 커뮤니케이션 수단 넣기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전제품 강국인 일본은 컴퓨터 부문에서 뒤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어느 나라보다 정보가전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밀조밀한 홈 네트워크로 구축한 미래주택을 마련해 놓고 여기서 각종 홈 서버와 정보가전제품을 시연해가면서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 끄는 것은 일본 산·관·학이 협조해 카드회사와 손잡고 크레디트 카드 결제기가 있는 가정용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가전을 초월해 정보가전제품이 여타 필요 물품까지 구입하는 첨단 정보가전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 전자업계에 일고 있는 첨단 정보가전제품 개발 경쟁은 침체된 가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준비하는 자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같은 점을 감안, 이미 오래전부터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똑똑한 가전제품 개발은 TV나 냉장고를 생산하는 대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전자밥솥 등을 생산하는 소형가전업체에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앞으로 2∼3년 후에는 네트워크로 정보교환을 할 수 없는 가전제품은 절름발이 신세가 될 것이다. 정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똑똑한 가전제품이 미래 가전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