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를 놓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 업계는 과세형평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반면, 전자상거래업계는 관련 시장 위축을 들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20일 대통령에 보고한 「2000년 주요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가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은 크게 3가지다. 증빙능력이 있는 디지털거래기록(전자문서)만을 정규장부로 인정하며, 거래의 투명성제고와 소비자보호를 위해 사업자 등록번호의 홈페이지 게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거래에 관해서는 올 연말 OECD의 논의가 종결되는 대로 국제규범에 맞춘 세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거래내역의 삭제나 수정이 용이한 전자문서는 세원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관련법과 기준을 대폭 정비하겠다는 뜻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방침은 그 동안 정부가 천명해온 대로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는 일단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과세형평을 주장하는 기존 업계의 입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자상거래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법과 기준의 정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침이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목표 아래 제정된 전자거래기본법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점에서는 전자상거래업계의 시장위축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월 제정된 전자거래기본법은 구체적으로 전자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에 효력을 부여한 것이 그 핵심이다. 전자상거래업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법적 효력을 갖게 된 전자문서를 정부가 앞장서 무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또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자칫 이제 막 활성화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환경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과세강화에 반발하는 관련업계의 주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기존 업계의 경우 정부가 지금까지 부가세니 영업세니 하는 세금의 종류를 꼬박꼬박 챙겨온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부의 과세강화 방침은 업계의 찬반논쟁을 떠나 기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관련 보안이나 시스템안정성 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과세강화는 오히려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내기관이 관리하는 「co.kr」 등과 달리 「.com」 등 미국기관이 관리하는 도메인의 세원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미국조차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우리는 정부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와 함께 과세형평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진정한 묘안을 짜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