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웹개발업체의 합병이 주는 교훈

지난주 서울 강북의 한 호텔에서는 열린 인수합병 조인식 현장. 이날 웹개발업체인 홍익인터넷은 동종업체인 넷퀘스트를 150억원 규모의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합병(M&A)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총액이 보통 수천억원을 넘나드는 인터넷업계에서 100억원대의 인수합병 소식은 언뜻보면 이슈거리로 비쳐지지 않는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새롬-네이버 합병소식에 묻혀 이들 웹개발업체의 합병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M&A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터넷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홍익인터넷과 넷퀘스트는 자본금 규모가 각각 1억원에 불과한 기업이다. 1억원짜리 기업들의 합병규모가 무려 15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금액이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종업체간 계약이기 때문에 깍고 깎은 끝에 나온 「점수」라는 데 눈길이 간다. 사실 이 150억원도 현존하는 국내 인터넷업체 인수합병 규모로는 다음-유인(21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자본금도 미미한 웹디자인 전문업체가 그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인터넷서비스업체를 제치고 이 같은 합병을 일궈낸 것은 독특한 사업모델이나 첨단기술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두 회사는 단지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밤새워 작업한 용역비로 착실히 사세를 불려나갔을 뿐이다. 웹사이트 개발을 의뢰했던 벤처기업은 상당수 사라졌지만 이들 웹개발업체는 그 흔한 외자유치 한 번 안 받고도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일부 벤처투자 전문가는 웹개발사업을 가리켜 단순용역 기반의 수익구조라 미래가치가 낮다는 폄하도 하지만 숱한 유망 인터넷벤처기업 중에서 올해 매출 130억, 순수익 40억원을 바라보는 홍익인터넷에 비교할 만한 회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마치 서부개척시대 황금을 캐러 몰려든 사람 대부분이 금을 찾지 못했으나 정작 큰 돈을 번 쪽은 곡괭이, 삽을 판매한 상인이었다는 얘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전략적 제휴도 외자유치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행운을 믿고 열심히 「삽질」하는 대신 튼튼한 삽과 곡괭이를 만드는 장인정신도 필요하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변변한 수입원도 없이 외부자금만으로 운영되는 인터넷기업들에게 이들 웹개발업체의 합병이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인터넷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