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린터 4사의 공정경쟁

며칠 전 테크노마트 앞. 한국HP·삼성전자·한국엡손·롯데캐논 등 잉크젯프린터업체의 홍보담당자들이 주력제품의 성능비교 평가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는 잉크젯프린터 4사가 그동안 견지해 왔던 일방적인 제품 홍보차원을 떠나 동등한 입장과 조건에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프린터시장은 한국엡손의 출범과 롯데캐논의 프린터 시장강화로 업체들간 시장우위 선점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는 등 과도한 출혈경쟁이 끝간데 없이 이어졌다. 프린터업체들의 제품발표회장에선 경쟁업체의 제품을 「깎아내리기」 일쑤고 이를 둘러싼 업체들간 항의 및 해명성 성토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뿐 아니다. 이러한 프린터 4사 경쟁체제에선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력과 제품 경쟁력, 브랜드 인지도 등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사세과시 차원의 기업간 자존심 대결까지 겹쳐 있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린터 4사가 일방적인 자사제품 우위 홍보를 자제하고 일반 대중앞에 나와 동등한 조건에서 제품의 성능테스트를 실시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잉크방울수나 잉크색상에 대한 정보보다는 어떤 제품이 자신에게 적합하며 한눈에 프린터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PC사용자가 프린터 기술과 브랜드별 장단점을 파악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프린터 4사가 인식하고 공개된 자리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능테스트를 실시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프린터 4사의 이번 행사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공정한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