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뛰는 기술 혁명, 기는 지적재산권(상)

넷 오락물은 공짜인가. 최근 무료 인터넷 음악·영화 공유 프로그램들이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형 음반·영화사 등 기존 저작권자들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기존 대형 음반·영화사들이 대표적인 몇 개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걸어 이들 무료 프로그램을 초기에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기술 발전을 막기에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처럼 역부족이다.

이들 공유 프로그램들은 그 동안 인터넷의 역사에 비춰보면 초기 브라우저의 태동에 견줄 만큼 기술혁신의 핵심주자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종에 변종을 거듭해 이제 그 수만 해도 부지기수다. 기상천외한 프로그래머들에게 지적재산권은 구시대의 사회 틀에 지나지 않는다.

펜실베이니아의 고교생 데렉 PLA(Derek PLA)는 대형 음반회사들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인기 온라인 음악검색 프로그램 냅스터(http://www.napster.com)를 없앤다고 해도 이제 걱정이 없다.

그를 포함해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미 냅스터의 대체물을 만들어 내놓았기 때문이다. 냅스터 대체 프로그램들은 최고 인기 음악들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찾아주고 그 중에는 장편 영화를 무료로 내려 받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온라인 이름이 데렉 PLA인 이 16세의 고교생은 이른바 VBGNU텔라(VBGNUtella)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지금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노래를 내려 받는 것을 금지시키려면 인터넷 전체를 폐쇄해야 될 것』이라며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음악을 돈주고 살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네티즌들은 실리콘밸리의 샌머테이오에 있는 냅스터사 변호사들과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법정에서 저작권법의 침해 여부를 다툴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법적 분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유행을 좇을 뿐이다.

최근 3주 동안에만 수많은 VBGNU텔라와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특히 아메리카온라인(AOL) 계열의 소프트웨어업체 널소프트사가 「그누텔라(Gnutella)」라는 비슷한 파일 교환 프로그램의 시험판을 지난달 중순 하룻동안 웹사이트에 올린 뒤 이 같은 변종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랩스터, 아이메시(http://www.imesh.com), 스핀프렌지(http://www.spinfrenzy.com) 같은 냅스터류의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뒤이어 등장했다.

최근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DivX」라는 새 프로그램이 나와 영화 및 DVD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DVD에 실린 장편영화 전체를 복사해 표준 650메가바이트(MB) CD롬 한 개에 담을 수 있는 파일로 압축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부에서는 DivX가 MP3 포맷이 음악산업에 끼친 영향과 마찬가지로 영화 유통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락산업이 인터넷에서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오락물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갈지 모를 일이다. 한 시장조사회사 전문가는 『냅스터가 사라지더라도 냅스터가 선보인 기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실 냅스터사를 세운 숀 패닝은 CD를 사지 않고도 최고 인기 노래들을 손쉽게 네티즌끼리 공유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만들었다. 냅스터는 인터넷상의 분산된 개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파일을 공유하고 교환하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현시킨 것이다.

인터넷에는 냅스터류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 발전시키는 수많은 창조적 프로그래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법과 오락산업보다 훨씬 앞서간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이용하는 이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단지 한 사람을 저작권 침해로 몰아 법정에 세우려는 처사는 마치 바닷물을 양동이에 담으려 하는 행동이나 같다. 한 법률회사 저작권법 전문 변호사 네일 로시니씨는 『법은 항상 기술 발전보다 5∼10 발자국 뒤에 처지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냅스터 사건에서 주요 음반회사들을 대변하는 RIAA는 냅스터 웹사이트에 첫 시험 버전이 등장하고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냅스터를 저작권침해혐의로 제소했다. 더구나 RIAA가 냅스터를 제지하기 위한 판결은 일러야 오는 6월에나 나온다.

냅스터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공짜 음악파일을 채우려는 대학생들 사이에 이미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냅스터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MP3파일 도서관을 만들어 놓고 다른 냅스터 이용자들이 내려받기할 수 있게 한다. 100여개 미 대학당국이 냅스터의 내려받기를 위한 대학생들의 접속 행동을 인위적으로 차단했지만 냅스터의 지명도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같은 냅스터의 지명도를 이용하려는 온라인 음악 사이트도 생겼다. 샌프란시스코의 와이어드플래닛(http://www.wiredplanet.com)은 지난주 마이스테이션(MyStation)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 서비스가 냅스터 같은 음악탐색 기능을 합법적인 MP3기술과 결합시킨 것이라고 밝혔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