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품질 평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 불만을 감안한 정부의 품질 평가 실시 방침에 관련 사업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표면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서비스 사업자들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
사업자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평가기관에 대한 불신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평가기관 문제는 선정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기존 사업자 가운데 한 곳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라고는 하나 기술적인 접근이 다른 서비스들을 하나의 잣대로 재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서비스 품질 평가는 한마디로 사업자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서비스에 가입자들이 남아 있거나 새로 가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 초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거나 상대적으로 품질이 나쁘다고 평가되는 업체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 때 공정성이나 평가방식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업체들의 반발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품질 평가 의도가 왜곡돼서는 안된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비록 사업 주체가 정부에 있지 않지만 장래 국가 정보통신의 혈관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홀이 다룰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업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밝혀내고 개선시키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얼마나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며 업체들이 공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같은 점에서 공정성에서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평가기관 하나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정부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물론 사업자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각 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이 돼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말로만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사용자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상당수의 업체들이 어떤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품질 평가에 대한 업체들의 반발이 현실을 모면하려는 업체들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품질평가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탄탄히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필요한 절차라고 본다. 다만 이같은 평가는 사업자를 단죄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보다는 사업자별로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품질 평가가 서비스의 질을 높여 사용자들의 불만을 줄이는 데 있다고 한다면 평가시기를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만들고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