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의 거대 시장인 사이버아파트를 잡아라.」
초고속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아파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인터넷 인구의 급속적인 증가와 국가 초고속통신망 확충 계획에 힘입어 주택·가정용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시장에 먼저 눈을 돌린 업체는 한국통신·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 이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간망과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가입자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기업 계열 건설업체와 중소 신생 IT업체들이 이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향후 시장 주도권 향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시장이 이처럼 가열되고 있는 것은 국가 전반의 정보화 열기 고조라는 근원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체 주거공간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가 드물다는 점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커뮤니티 구성, 온라인 생활 환경 구축 등 초고속인터넷 이용 희망층의 요구가 이 분야에 집중되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는 건설 때부터 초고속통신망을 깔아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아파트도 통신망을 재구축하지 않고도 기존 전화선이나 케이블TV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초고속인터넷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장비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기존 기간사업자 외에도 삼성물산 주택부문, LG건설,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 대기업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반기를 경과하면서 각기 사이버아파트 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시장경쟁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이 건설업체들은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신규건설 아파트의 정보화수요를 장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래미안이라는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어 올해 분양분부터 적극 적용하는 등 시장공략에 나섰으며 LG·대우·현대 등도 건설 분야의 오랜 경험과 기술역량에 덧붙여 사이버아파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IT업체와 인터넷콘텐츠업체 등을 동반자로 끌어들여 컨소시엄이나 사이버아파트 담당 독립법인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광전송망을 갖추지 않았거나 ADSL사업처럼 막대한 네트워크 장비 투자여력이 없어도 그것과 별 다름 없는 통신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장비개발나 기술개발이 이뤄짐으로써 중소업체들이 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한 조사기관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최근까지 가정 내 초고속인터넷 수요가 학생층 등 자녀들에게 집중됐지만 주부나 장년층의 수요증가 속도가 벌써 기존 자녀층의 수요증가 속도를 앞질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홈쇼핑, 온라인 뱅킹, 사이버주식거래, 온라인 민원처리 등 주부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와 용도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의 전국적인 수요도 수요지만 그것에 들어가는 콘텐츠와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 등 파생적인 수요까지 포함하면 국내 사이버아파트 시장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전망이다. 정확한 시장규모에 대해서는 서비스 방식과 도입 장비에 따라 업체별로 상이한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전국 아파트 300만 세대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가장 저렴한 랜방식의 경우 1조원에서부터 xDSL계열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총 규모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대 규모의 시장을 두고 초반 기선잡기에 나선 대기업 계열 건설업체와 중소 IT·벤처업체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날로 가열될 것은 분명하다. 물론 대형 건설업체들은 2∼3년이 걸리는 건설기간을 미리 앞당겨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반면 중소·벤처 업체들은 기존 아파트를 집중적인 공략대상으로 잡고 있는 데서 시장차별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이버아파트 시장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은 같다는 점에서 경쟁의 접점이 생긴다. 향후 시장흐름에 따라 이들 양측은 일면 경쟁하면서도 제휴라는 선택안을 놓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점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