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기업의 이전투구

성진씨앤씨와 쓰리알. 두 회사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으로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며 동종 업계 뿐 아니라 언론,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DVR업계의 주목받는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잇달아 연출해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쓰리알이 뉴욕에서 열린 보안전시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 「돈을 주고 상을 탔다」 「경쟁사에 흠집을 내기 위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린다」며 감정 싸움을 벌였던 두 회사는 그 후로도 끊임없이 아웅다웅하며 다투고 있다.

선제공격은 주로 성진씨앤씨의 몫. 이 회사는 「수출실적을 과장 발표한다」 「성진의 기술인력을 빼간다」며 쓰리알을 부도덕한 회사로 몰아세웠으며 쓰리알은 해명의 입장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 쓰리알의 코스닥 등록 신청이 보류되자 공격권은 쓰리알측으로 넘어갔다. 쓰리알의 투자자들이 「성진씨앤씨의 음해와 로비 때문에 쓰리알의 코스닥 등록이 보류됐다」는 내용의 항의 메일을 성진씨앤씨의 홈페이지에 올려 성진씨앤씨는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 회사의 엇갈린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성진씨앤씨와 쓰리알의 골깊은 갈등이 단순히 두 회사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DVR업계의 이미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성장궤도에 진입한 DVR시장이 두 회사의 이전투구로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DVR 생산업체와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또 신생 벤처기업이 기술개발 경쟁을 통해 「파이를 키워나가는 일」보다 타락한 정치인들처럼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하는 모습은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많은 벤처기업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마저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도전정신으로 세계무대를 향해 뛰어야할 벤처기업들이 집안 싸움으로 다른 업체에까지 피해를 주는 추태는 하루빨리 그만두고 벤처기업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