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던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들이 주가 하락과 더불어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그 위상이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B2B 전자상거래업체뿐 아니라 B2C업체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에 돈을 댔던 투자가들이 투자 중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동안의 탄탄대로에서 가시밭길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의 대표적인 경우는 미 B2B 소프트웨어업체 3인방인 아리바, 커머스원, i2테크놀로지. 이들 업체의 주식은 최근 최고가에 비해 반토막도 안되는 등 3월 들어 수십억달러의 가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표적 B2B 소프트웨어업체인 아리바는 10일(미국시각)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전날에 비해 12%인 12달러75센트 떨어진 90달러75센트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 3월초 최고로 올랐던 183달러에 비교하면 반도 안되는 액수다.
커머스원도 이날 전날보다 15%인 20달러50센트나 떨어진 119달러50센트로 마감했다. 이 회사의 최고 주가는 331달러였다.
i2테크놀로지도 같은 날 실적이 전날보다 21%인 28달러88센트 떨어진 108달러6센트를 보였다. 최고가였던 223달러50센트와 비교하면 역시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식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B2B업체들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라인 음악사이트로 대표적 B2C업체인 CD나우는 이미 미 증권거래위(SEC)에 현금 부족을 신고했다.
이 사이트를 회계감사한 아더 앤더슨은 이 회사가 앞으로 영업을 계속 할지 의심스럽다는 보고서까지 SEC에 내 놓은 상태다.
또한 아마존, e토이스 등 유명한 B2C업체들이 몇달 안에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도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웹사이트 투자전문 회사인 세이프가드가 더이상 e커머스 소프트웨어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들의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시장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소형업체들의 통합 등 시장 격변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최근까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며 추앙 받던 e커머스업체들이 왜 천덕꾸러기로 추락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과열경쟁과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잘못된 예측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인포메이션의 분석가 앤드루 바텔은 『e커머스업체들이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등 잘못된 예측의 결과로 이들 업체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노믹스의 굳윈 대표도 『과열경쟁으로 앞으로 조그마한 업체들은 살아 남지 못할 것』이라며 통합 바람과 함께 그간의 과열경쟁을 지적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분석가 로리 오를로브는 『e커머스시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비관론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그는 『많은 업체들이 어차피 이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으며 월가에는 아직 이들에 투자할 돈이 남아 있다』며 e커머스업체들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