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가전서비스의 전문화와 육성 과제...아남전자서비스 김재일사장

가전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이른바 근대화 작업이 한창이던 70년대 초 제조사 본부 중심의 고장수리만 겨우 해결하는 걸음마 수준으로 출발, 80년대에 와서 독립부서로 격상됐다. 이후 아웃소싱과 함께 전산화 도입 등 도약기를 거쳐 90년대 중반까지는 업체간 과열경쟁과 과대한 설비투자, 15년 이상의 서비스요금 동결, 보증기간 1년 연장 등으로 타 업계가 흉내내기 힘든 최고 수준의 AS를 실시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경기는 급속히 침체되기 시작해 급기야 97년 말 IMF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의 계열사간 통폐합, 사업매각, 해외사업 철수, 분사 등의 형태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가전서비스도 구조조정 대상사업으로 분류돼 종업원에게 기업을 분할하는 EBO(Employee Buy-Out) 방식으로 분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 방식은 선단식 경영의 폐해를 줄이고 한계사업 정리 및 인원감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정리해고에서 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종업원 입장에서도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기업의 일원에서 독립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의 열악한 조직 및 결과에 치중한 플랜에 의한 준비부족, 정부의 지원미비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지난 3월 13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분사기업도 창업으로 인정한다는 정책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창업기업에 지원하는 향후 5년간의 법인·소득세 50% 감면혜택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30대 기업집단에 속했던 분사회사는 모기업 계열의 창업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제한이 있다.

특히 가전서비스회사의 주요 매출원은 AS에 의한 수입이다. 기업의 유지를 위해서는 그 재원이 모기업 또는 유료서비스에 의해 창출돼야 한다. 그 동안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인해 15년 이상을 동결시켰던 서비스요금이 현실화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인상된 서비스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팽배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금융 및 세제지원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가전서비스 전문회사가 육성되면 우선 그 동안 서비스망이 없어 한낱 대기업의 OEM업체로만 머물러야 했던 중소 가전업체가 서비스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어 독자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유통은 전문 대리점 체제에서 모든 제품을 한눈에 비교구매가 손쉬운 양판점 체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가전서비스도 이제는 꼭 제조한 메이커가 실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잉 중복투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제조사는 제조에, 유통업체는 판매에, 서비스사는 서비스에만 전념해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두루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부품의 규격화 및 설계의 표준화를 유도해 점진적으로 AS의 표준화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정책적 뒷바침을 해야 할 것이다. AS 대책없이 유통만 개방한 데 따른 소비자 불편을 외면할 게 아니라 정부가 승인한 「AS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있고 전국망 조직을 갖춘 서비스회사와 제휴관계에 있는 업체에 수입을 허가,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가전제품은 이제 서비스 전문회사가 그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유지·보수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야 할 서비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 되는 시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