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대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들이 꿈을 안고 벤처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갓 대학을 나온 20대 초반의 젊은이들과 재학중인 학생들도 아이디어와 패기를 무기로 벤처행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벤처기업에 몰리고 코스닥시장의 활황으로 불과 1∼2년만에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한 벤처경영자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벤처에 대한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원했던 일이다.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는 신속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많이 키우는 것이 사회의 발전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에 너무 의존해 왔다. 대만이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밑바탕도 중소업체의 건실함에 있다.
그런데 최근 벤처기업들이 주식과 벤처캐피털로부터 얻은 운용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입하기보다는 또 다른 벤처기업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간의 제휴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면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단순히 기업의 자금을 늘리기 위한 투자처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업설명회나 주식공개를 통해 획득한 투자금을 기술개발이나 운용자금에 쓰지 않고, 돈놀이하는 벤처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얼마 전 모신문에는 「인터넷 관련의 한 업체가 컨설턴트를 찾아와 지난해 말에 100억원을 모았는데 회사 운영은 10억원만 있으면 충분하니 나머지 90억원을 투자할 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업설명회를 통해 투자금을 받아 놓고, 그 돈으로 딴 일을 하는 것은 벤처기업이라 할 수 없다.
지난 97년 IMF를 겪은 후 국내에 벤처 열풍이 불기 시작했으며, 그 벤처기업들의 대다수는 현재 운용자금을 많이 확보했을 뿐이지 기술력으로 성공한 기업은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투자자들의 자금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불과 2∼3년밖에 안된 그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열정을 쏟고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잿밥에만 눈이 멀어 일단 돈만 많이 끌어모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기술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활력소이자 육성 대상이다. 벤처열풍이 건전한 기업토양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한혜수 서울 도봉구 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