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특약=iBiztoday.com>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가 거센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움켜쥔 첨단 기술 주식의 주가가 최근 1∼2주 사이에 끝없이 대폭락 국면을 연출하면서 이들을 말 그대로 이른바 「서류상 백만장자(MOP:Millionaire on Paper)」로 몰아붙이는 미국 동·서부간의 사회 갈등마저 증폭되고 있다. 마치 실리콘밸리에 대란이 일어난 듯한 초상집 분위기다.
이 갈등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인터넷 거품론이다. 미 동부의 유력 경제주간지 배런스지가 자신들의 시각에서 닷컴 회사들의 유동성 고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마치 닷컴 회사의 사망일지 같은 보고서를 내놓아 인터넷 거품론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닷컴 주가는 연일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과연 날개가 없는가를 되묻고 싶을 정도다. 거의 대부분의 닷컴 회사 주가가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다. 반 토막이 난 주가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심지어는 한 달 사이에 거의 10분의 1까지 곤두박질친 주식들도 적지 않다.
비온데다 눈오는 꼴인가. 뉴욕타임스 등 동부의 다른 유력 일간지와 월간지 등이 이 같은 실리콘밸리 닷컴 회사들의 속앓이에 닷컴 회사의 백만장자·억만장자들을 마치 졸부에 빗대듯 이른바 MOP란 신조어로 비웃고 실리콘밸리의 여성들을 돈을 탐내는 여자들로 비하시키자 실리콘밸리의 유력 인터넷 신문 살롱(http://www.salon.com)이 이를 기술혁명의 주도권을 빼앗긴 뉴욕의 질투로 맞받으면서 동·서부간의 첨예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들은 과연 서류상 갑부이고 첨단 기술회사들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가.
이 같은 MOP 논쟁은 지난 10일자 뉴욕타임스 1면 기사와 월간지 하퍼스 바자지 이번 달 호의 닷컴 특집기사에서 시작됐다. 「실리콘밸리:부유한 남자들과 그들의 돈을 탐내는 금 캐는 여자들의 고향」이 바로 이들 매체의 기사 요지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때로는 시내 한복판에서 어슬렁대는 일단의 남자들이 마치 마을에서 보이스카우트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며 「이곳이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세계에서 가장 임금을 많이 받는 근로자들이 모이며 64명의 백만장자가 날마다 생기는 곳이어서 멋진 성공한 남자를 찾는 독신여성들을 계속 머무르게 한다」고 썼다.
하퍼스 바자지는 한술 더 뜬다. 이 월간지는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여성들을 남자를 낚는 의미가 담긴 이른바 「P R 버니스(P R Bunnies)」로 비하해 묘사했다. 이곳의 여성 기업가에 대한 언급은 한 군데도 없다.
살롱은 이를 맞받아 뉴욕의 질투심이란 기사에서 젊은데도 이미 돈버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신부감은 안중에 없는 하이테크 직종의 카우보이들로 실리콘밸리는 넘쳐난다면서 이 새로운 와일드 웨스트가 분명 뉴욕의 미디어 매체들에 흥밋거리가 되고 있다며 일대 반격을 시작했다.
닷컴 종사자 모임 리스트를 관리하는 네트워킹 사이트인 SF걸사(http://www.sfgirl.com)의 창업자 패티 베론 회장은 기사내용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맞섰다. 하이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1000명 이상의 여성기업가 네트워크 그룹인 그레이스넷사(http://www.gracenet.com)의 창업자 실비아 폴 회장도 기사내용이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모욕적이라고 혹평했다. 폴 회장은 뉴욕타임스 편집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리콘밸리에는 최고 경영자로부터 수석 임원, 프로그래머, 벤처 투자가, 마케팅 전문가, 홍보 책임자, 그래픽 아티스트, 인력 모집자, 기자 등에 이르기까지 수천은 안되어도 족히 수백명의 하이테크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있다」며 「이들 여성이 그들의 상대를 어떻게 만나는 지 알 바 아니나 이 기사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여성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들만 있는 것처럼 묘사해 하이테크 전문직 여성들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항의했다.
뉴욕타임스가 어떻게 해서 그 같은 기사를 쓰게 되었는가. 아마도 기사에 나오는 머릿글 약자 「MOP」가 실마리가 된 것 같다. 이 기사는 「실리콘밸리는 그 자체가 기묘한 세계다」면서 「이곳에서 기술자들은 자신들의 개나 새, 파자마를 직장으로 가져가고 다음 차례 MOP가 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일한다」고 썼다.
MOP는 몇 주 전 하퍼스 바자의 기사에서 읽기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이 기사에서 자신이 속한 신생기업이 기업공개를 하기 전에는 부유해질 수 없는 실리콘밸리 독신자를 서류상의 백만장자라는 의미로 「MOP」로 불렀다.
살롱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살롱은 MOP가 실리콘밸리의 여성들을 추적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SF걸 베론 회장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그녀는 『뉴욕은 질투하고 있다』면서 『금 캐는 사람은 오래되고 진부한 얘기다. 여성들은 남자 없이도 스스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기사내용이 너무 모욕적이어서 질투심 때문이라는 것 이외에 달리 말할 방도가 없다』고 못박았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
덕최기자 dugchoi@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