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솔M.com, 루머에 대한 책임

올바른 사회에는 언론이 있다.

굳이 「정론직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일그러지고 균형을 잃은 사회를 지탱하는 데 언론의 역할은 요긴하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일제는 우리나라에 몇개의 언론매체를 만들었다. 3·1운동 이후 사회에 만연된 루머를 잠재우고 소문 속의 세상을 밖으로 끌어내려는 일제의 속셈 때문이었다. 역사 속의 이른바 「문화정치시대」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 그때 태동한 일부 언론의 정통성과 반민족성을 차치하더라도 이때의 언론은 사회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한솔엠닷컴 매각과정에서 국민과 언론은 「아웃사이더」 역할에 불과하다.

그간 「LG인수설」 「한통인수설」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것은 소문에 그쳤다. 소문이 소문을 낳아 혼돈이 오는 「바벨탑」만을 차곡차곡 쌓았을 뿐이다.

「내로라」하는 LG그룹이나 한솔그룹, 공기업인 한국통신마저 비공개적으로 한솔엠닷컴 인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감동」 원조나 「사이버월드21」를 내세우는 종합통신회사나 미래 21세기 「모바일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를 꿈꾸는 회사 모두 비공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기업이라면 기업 인수에 따른 과정은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특별한 비밀이 아니라면 공개해 기업인수 과정에 따른 의구심을 지워야 한다.

최근 한솔엠닷컴 인수과정을 둘러싸고 각종 루머가 돌고 있다. 루머 대상은 재계는 물론이고 정통부, 청와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상적인 언로가 막히면 루머는 확산된다. 루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주식시장 개미군단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한국통신이나 LG그룹은 모두 기업결합, 기업합병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사회 구성원의 여론형성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여론형성 과정 없이 이뤄지는 기업결합·합병의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기업에 있다. 우리 기업은 물론 BCI 등 외국 기업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