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인터넷 바로보기 6

인터넷업체들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거의 전 언론매체는 물론 일반인까지 인터넷에 돌을 던지고 있다.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분위기다.

요즘 상황은 「극과 극은 통한다」라는 말을 절로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극과 극의 본질이 통할 순 없다. 그저 극단을 이루려는 방법이 비슷해서 나온 말로 이해된다. 경험에 의하면 그 수단의 대부분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과격한 것이 특징이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극단적인 「냄비 정서」가 최근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에 강하게 내재돼 있다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업체에 대한 칭송은 전국 어디에서나 하늘을 찔렀다. 신경제 질서의 대안이니, 디지털경제시대의 핵이니 하는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업체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위기니, 거품이니 하는 단어가 전면에 나서면서 「인터넷 물어뜯기」가 한창이다.

돌팔매질을 당하는 인터넷업체들을 보면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얘기대로 지금이 인터넷업체들의 위기라면 위기의 본질은 과연 뭔가. 또 거품이라면 거품의 본질은 뭔가.

그 어느 것 하나 본질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터넷 찬양시대에 묻지마 투자를 보상받으려는 듯한 과격한 몸부림이 이번에는 역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의 상황을 굳이 닷콤업체들의 위기로 규정한다면 그 본질은 미래가치와 현재가치의 갭에서 오는 괴리감 탓이 크다. 「수확체증」도 알겠고 「선순환」도 알겠는데 그게 언제 실현되느냐는 얘기다. 이제는 당장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필요치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Show me the cash」를 큰소리로 외치는 투자가들의 모습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우려스럽다. 또다른 극으로 넘어간 인터넷 업체에 대한 시각이 옥까지도 석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등록을 준비 중인 업체 가운데에는 묻지마 펀딩을 자제하고 제대로 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땀흘려 온 업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최근의 분위기가 이들의 자금수혈까지 막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말 옥이 되려고 탄탄한 준비를 해왔던 업체들까지 싸잡는 격이다.

기존 공룡기업들의 반응도 미묘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인터넷업체에게 인력과 돈을 뺏겨 역차별론을 외쳤던 재벌 그룹사들이 내심 인터넷기업들의 위기를 즐기는 것 같다. 벌써 최근의 현상을 마치 온라인 업체들의 패배로 규정하려는 시각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혹시 이번 사태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들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인터넷업체들의 과오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간 미래가치를 앞세워 허수 회원 부풀리기에만 힘써온 업체나 반짝아이디어로 세인의 관심을 끌어온 업체들은 더이상 구차한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 매출 100억원이 안되는 업체가 시가총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것도 정도를 넘어서기는 마찬가지다. 그들 대부분의 사업모델은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특징을 갖는다. 오죽하면 외국의 한 석학 입에서 인터넷사업을 신종 사기피라미드에 비교하는 지적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차펀딩으로 운영자금을 모으고 이 자금이 떨어질만 하면 2차펀딩 또 3차펀딩, 이런 식으로 정작 사업에 의한 수익없이 펀딩으로 연명하는 사업을 인터넷사업의 본질로 규정했다. 아마도 이 펀딩사업이 거품의 본질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업체는 모두 망하는가. e비즈니스는 쇠락하는가. 인터넷 사용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단지 현재의 상황은 폭발적으로 진행해 온 양적 팽창을 질적 도약으로 변환시키는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인터넷이 대세를 타고 거세게 밀려왔듯이 수익모델 확보여부에 따른 존망 분위기도 인터넷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닷컴이면 모두가 신데렐라였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수익모델 확보라는 필터를 통해 옥과 석이 골라지는 성숙기를 맞을 것이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인터넷사업은 결코 단기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작업이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순 없다. 인터넷비즈니스는 장기전이다. 장기전에 임하려면 식량과 보급로도 확보해야 하고 이에 걸맞은 전술도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수장인 CEO는 조급해선 안된다. 항상 위기는 살아남는 이들에겐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자사의 가치와 관련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최근 시도되는 온·오프라인의 결합이나 실명 회원의 데이터마이닝 작업은 분명 눈여겨볼 만하다. 또 솔루션 업체들이 앞장선 해외시장 개척도 수익모델의 단초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은 풍랑을 침소봉대한다해서 대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여전히 국가산업의 유일한 대안이고 이를 짊어질 주체 역시 변함없이 인터넷업체다. 대안없는 돌팔매질보다는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아쉽다.<김경묵 인터넷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