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 시대<상>···수술용 로봇 「이솝」 이어 「다빈치」「제우스」 등장

<본사 특약=iBiztoday.com> 로봇 수술시대가 열렸다.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결집체인 수술 로봇들이 실리콘밸리의 종합병원에 조용히 등장, 수술 광경을 완전히 뒤바꿔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모션사(http://www.computermotion.com)의 이른바 「제우스·사진」 등 최신예 수술 로봇들이 마치 냉혈한처럼 의사의 지시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고도로 난해한 수술도 척척 해치워 로봇 수술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들 수술 로봇들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로봇들에 견주면 생김새는 어눌해 보이지만 최신 비디오·오디오와 센서기술 등으로 무장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이들 로봇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 수술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의사들은 환자의 주요 부위를 모두 개복할 필요가 없다. 단지 미세한 부분만을 잘라 그 곳에 투입되는 로봇으로 환자의 환부를 들여다보고 대수술도 간단히 끝낸다.

자신의 장기를 온통 드러내야 하는 심장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인체 장기를 거의 다 드러내고 심장까지 인공 박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예전의 무모한 수술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환자도 간단한 수술로 곧바로 기력을 되찾게 된다.

이들 수술 로봇들은 아직 대당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의사보다는 로봇을 믿어야 하는 환자의 부정적인 태도도 이들 수술 로봇이 보편화하려면 건너야 할 걸림돌이다.

실리콘밸리의 콩코드에 사는 마델 메이슨 할머니는 수술 로봇에 자신의 생명을 맡겼다. 그녀는 자신의 80평생에 TV나 우주여행, PC, 홈 에어컨, 마이크로웨이브의 등장을 지켜봤다. 하나 같이 모두 대단한 발명품이자 문명의 이기들이다. 그래도 그녀의 생명을 구한 수술용 로봇 「이솝(Aesop)」에 견주면 별 소용없는 기술들에 지나지 않는다.

가늘고 기다란 알루미늄과 검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솝은 퇴직 은행원인 메이슨 할머니가 기대했던 그런 로봇 모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영화에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로봇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는다. 물론 생각하거나 걷지도 못한다. 아마 영화에 나오는 「제국의 번개 전사들(Imperial Storm Troopers)」과 싸우면 금방이라도 참패당할 로봇이다.

그렇지만 이 로봇은 집도의가 환자의 몸에 손 하나 대지 않고 고도로 복잡한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수술 시대를 열었다. 이솝은 자신의 뒤를 이을 로봇 후손들의 대거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존재다. 그녀의 아들 도로티 쿤씨는 산라몬 메디칼센터에서 심장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메이슨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솝은 미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세계 최초의 수술용 로봇이다. 이 로봇은 메이슨 할머니의 조그맣게 절개된 흉부 속으로 들어가 동맥의 확대된 디지털 영상을 전송, 의사와 수술 보조원들이 수술부위를 더 잘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이 수술 보조 로봇은 수술할 때 불필요한 절개를 할 필요가 없게 조언도 해준다.

가격이 6만5000달러로 팔 하나 달린 이 로봇은 아주 가늘어 연필 두께보다 작은 크기의 절개만으로도 인체 내부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의사는 환자 몸 속의 이솝과 부착된 카메라를 「위」 「아래」 「왼쪽」 「오른쪽」 등 간단한 명령어로 위치를 재조정할 수 있고 수술의는 이처럼 지시해 환자의 가슴이나 복부의 큰 절개 없이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며 수술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의 눈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분별력도 놀랄 정도다. 메이슨 할머니의 수술을 집도했던 샤로그 바크샤이 박사는 『이 로봇은 환자에게 큰 은혜』라고 못박았다. 바크샤이 박사는 기존 전통적 수술방법은 환자의 가슴을 1피트 길이로 절개해 가슴뼈를 잘라 늑골을 열고 특별히 고안된 인공 심장·허파를 이용, 심장을 멈추게 한다며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환자는 수주간 회복기간을 거쳐야 하고 고통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최악의 경우에는 환자의 심장을 다시 되살려 내지도 못 한다고 설명했다.

산라몬 메디칼센터의 심장수술 과장인 바크샤이 박사는 『이 같은 구식 치료방법이 오히려 환자에게는 병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며 『심장수술은 아직도 여전히 석기시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의사들은 이솝의 도움으로 몇 군데 미세 부분 절개만으로 뼈의 손상이나 심장 정지 없이 심장수술과 담낭제거수술 등 복벽경 수술을 더욱 매끄럽게 끝낼 수 있다. 이솝을 이용한 수술은 감염 위험성이 적고, 수혈의 필요성이 줄어들며 치명적 결과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동시에 고통도 적고 입원기간도 단축된다.

쿤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은 뒤 『어머니 모습만 보고서는 전혀 심장수술을 받은 사람으로 알 수가 없었다』고 혀를 찼다. 이솝이 심장수술에서 수십년 만에 이룬 위대한 기술적 개가다. 로봇수술분야는 이제 막 첫 걸음마 단계다. 이솝도 아직 완벽한 수술로봇이 못돼 여러 환자의 수술에 이용할 수는 없는 처지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