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회 파국을 막기 위한 배려와 아량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김영광)가 내분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소장파 작가들과 집행부간 첨예한 대립이 가파른 벼랑을 내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사태의 발단은 협회가 조성모 리메이크 음반에 대한 저작권 승인을 정액제로 내준 데서 비롯됐다. 회원들의 권익을 생각한다면 분명 인세제로 사용 허락을 내줬어야 함에도 집행부가 상식 밖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젊은 작가들의 주장이다. 젊은 작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누적돼 왔던 협회집행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붓고 있다. 협회의 파행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협회 집행부는 소장파 회원들의 이 같은 지적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협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집단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소장파 회원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데다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집행부를 불신하고 위계질서까지 파괴하는 오만불손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젊은 소장파를 몰아붙이고 있다.

협회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원로 작가들과 소위 잘 나가는 후배 작가들간의 세(勢)대결 인상마저 주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협회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빛이 역력하다. 일부에서는 협회 개혁이라는 본류에서 벗어나 서로 감정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저작권협회의 내부 갈등이 신구세력간의 세 싸움이라면 그 결말은 뻔하다. 개혁이나 위계질서 확립 따위는 고사하고 협회가 두 동강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얻자는 투쟁인가라는 소리가 나옴직하다.

소장파든 집행부든간에 자기 이익에 눈이 어두워 초가삼간을 태워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개혁과 협회 정상화가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며 무엇보다 양측이 서로 파경을 맞지 않겠다는 위기감을 갖는다면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한데 뜻을 모은 젊은 작가들은 뜻을 관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배들의 발자취를 일거에 부정한다면 협회 개혁도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겸허한 마음과 아량의 미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