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시대를 맞아 벤처기업은 물론 금융·유통·제조·통신 등 전 업종에 걸친 IT투자 확대에 힘입어 중대형 컴퓨터 시장이 근래 보기 드문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한국썬·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 등 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은 각종 서버와 저장장치 등 전 품목에 걸쳐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4·4분기부터 올 1·4분기까지 각사별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0% 안팎의 엄청난 판매신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의 매출신장률은 판매신장률과 비교해 볼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수익증가율은 판매 및 매출신장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반적으로 하드웨어 가격이 인하된데다 고가의 하이엔드 기종보다는 마진폭이 적은 저가의 로엔드 기종이 훨씬 많이 판매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이처럼 업체들의 수익 증가폭이 예상외로 낮은 것이 업체들이 무분별한 가격인하를 통해 밀어붙이기식 영업을 전개하면서 가격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한다.
특히 요즘 들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망 시장으로 떠오른 중대형 저장장치 시장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과거에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거의 공짜로 제품을 공급하던 코카콜라의 영업방식을 도입해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즉 향후 추가 도입분을 고려해 초기에 적정 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사례가 이전에도 간혹 있었지만 요즘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대다수 업체들이 70∼90%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아예 무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업체들도 문제지만 교육청 등 관급기관에서 최저가 입찰을 통해 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조장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들의 무분별한 가격인하 경쟁은 인터넷 및 벤처 열기에 힘입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로, 업체들이 판매신장률에 걸맞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때다.
<컴퓨터산업부·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