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가 갖고 있는 노트북PC 특허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세계 주요 노트북PC 업체를 상대로 공세를 편다고 한다. 전기·전자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술적 열세로 항상 주요 선진국들의 특허 공세 대상이 돼 왔던 국내업체가 반대로 이들을 상대로 특허 공세에 나선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60년대 국가 재건이 시작된 이후 70년대까지 우리는 조립생산과 임가공, 하청생산을 통해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80년대 들어 경제가 안정되고 더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구조로 변화되면서 우리가 직면한 것이 바로 특허문제였다. 기술 기반이 부족했던 우리 기업들은 외국 선진 기업들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워 제품 개발에 활용, 이는 특허 분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특허분쟁에 말려든 기업들은 기존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그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특허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였다.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국내업체들이 국내외에서 각종 특허를 획득하기 시작한 90년대 들어서도 기업들의 소극적인 대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국내업체들은 자사가 가지고 있는 특허의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특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무마하는 대안으로 상대방에게 제시하는 크로스라이선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고작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특허 사용을 위해 연간 20억달러가 넘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62년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지불한 로열티만 220억달러가 넘을 만큼 엄청난 액수다. 이 가운데 전기·전자분야에서 지출된 로열티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우리 기업들이 받는 특허료는 극히 미미해 종합할 만한 대상도 되지 않고 있다. 기술적으로 특화를 이룬 일부 중소기업들의 특허 공여 소식이 간혹 들려올 뿐 특히 전기·전자 부문 대기업들의 특허료 수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허문제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일관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기술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 외국 기업들의 침해를 받아 왔다. 중국과 동남아·중남미 등 30여개 국가의 기업들이 130여건의 우리 업체 특허를 허락없이 사용하고 있을 만큼 허술한 특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 업체들의 특허 공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적 재산권이라는 명목 아래 첨단 기술은 물론 디자인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특허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남의 기술에 대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자사의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 때문에 삼성전자의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이번 특허 공세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노트북PC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기술의 침해를 이유로 최대 노트북PC 공급처인 대만 기업들과 협상에 나선 삼성전자의 행동은 이제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특허권은 수천건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적 재산권이 자사의 권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과도 직결된다고 볼 때 이제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인 특허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